
공기를 짓누르던 소나기가 멎자.
세상의 모든 균열이 한순간 입을 벌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매미는 작은 음복(音腹)을 찢어, 날카로운 쇳소리를 세상 위에 벼려 낸다.
몇 해를 흙속에서 견딘 몸만이,
저토록 곧고 당당한 울음의 궤적을 허공에 새길 수 있다.
그 소리는 한 자루 송곳이 된다.
굳게 닫혀 있던 내 가슴을 천천히 파고든다.
마침내 오래 고여 있던 침묵이 흔들린다.
말이 되지 못한 시간들이 입안에서 비린 울음으로 차오른다.
허공은 끝내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는다.
내 안의 모든 빗장을 풀어헤치고,
하나의 거대한 울음이 되어 세상을 향해 번져 간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의 단단한 껍질에도 작은 금이 생긴다.
작품 해설
〈흉통(胸痛)〉은 신체의 통증을 말하는 시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흉통은 오래 눌러 둔 감정이 밖으로 터져 나오기 직전의 내면을 상징한다.
소나기는 억눌린 시간이다.
비가 그친 뒤 찾아오는 균열은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매미의 울음은 단순한 여름의 소리가 아니다.
수년간 침묵을 견딘 존재만이 낼 수 있는 생존의 목소리다.
그 울음은 결국 화자의 가슴을 뚫는다.
막혀 있던 감정은 비린 소리가 되어 솟아오르고,
침묵은 더 이상 침묵으로 남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화자는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울음으로 세상의 껍질에 작은 균열 하나를 만든다.
그 작은 금이 변화의 시작임을 작품은 조용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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