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길

구두 뒤축이 한쪽으로만 닳아 있다.
기운 길이 오래
발목을 따라왔다.
주머니 속 동전 몇 닢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딪힌다.
오늘 남은 것들이
서로의 몸을 확인하는 소리다.
골목 어귀에는
헐거운 골판지 상자들이
바람에 등을 기대고 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지 않아도
구두 안쪽에는
하루치 소금이 말라 간다.
길가에 버려진 의자 하나.
누군가 오래 앉았던 자리가
움푹 패여 있다.
그 자리에 잠시 몸을 얹는다.
몸이 떠난 자리에도
무게는 오래 남는다.
돌아갈 곳은 아직 남아 있다.
다시 일어나
기운 구두를 바로 신는다.
한쪽 굽이 먼저 닿고
다른 쪽이 뒤따른다.
구두는 아무 말 없이
닳은 쪽으로 조금 기울어
남은 길을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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