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는다|신발끈을 다시 묶는다는 것은 삶을 다시 시작하는 일

다시 걷는다

바람이 불면,

신발끈부터 다시 묶는다.

걸음을 멈추기보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살다 보면,

무릎이 먼저 무너지는 날이 있다.

가슴 한쪽이 조용히 허물어지는 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어깨를 가만히 토닥인다.

견디는 일도 살아내는 일이라고,

흔들리는 숨을 조용히 달랜다.

길가에 멈춰 선 사람을 만나면,

말보다 먼저 어깨를 내어준다.

“너도 시리냐.

나도 시리다.”

짧은 말 한마디보다,

말없이 전해지는 체온이 더 깊은 위로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그늘을 알아본다.

돌아보면,

끝까지 움켜쥐려 했던 것들은

결국 오래 남지 않았다.

손안에 남은 것은

버티며 걸어온 시간뿐이었다.

가끔은 괜한 심술도 부려 보고,

어쩌다 한 번은

이유 없이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오래 바라본다.

그 순간,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만난다.

마침내,

꽉 쥐고 있던 손을

하나씩 천천히 편다.

놓아야 비로소

다시 잡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삶은 늦게 알려준다.

저무는 길 위에

긴 그림자 하나를 내려놓는다.

오늘의 무게도

그곳에 함께 내려놓는다.

느슨해진 신발끈을

다시 단단히 묶는다.

삶은 언제나

다시 걷는 사람의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걷는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끝내,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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