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는다

바람이 불면,
신발끈부터 다시 묶는다.
걸음을 멈추기보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
살다 보면,
무릎이 먼저 무너지는 날이 있다.
가슴 한쪽이 조용히 허물어지는 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어깨를 가만히 토닥인다.
견디는 일도 살아내는 일이라고,
흔들리는 숨을 조용히 달랜다.
∞
길가에 멈춰 선 사람을 만나면,
말보다 먼저 어깨를 내어준다.
“너도 시리냐.
나도 시리다.”
짧은 말 한마디보다,
말없이 전해지는 체온이 더 깊은 위로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그늘을 알아본다.
∞
돌아보면,
끝까지 움켜쥐려 했던 것들은
결국 오래 남지 않았다.
손안에 남은 것은
버티며 걸어온 시간뿐이었다.
∞
가끔은 괜한 심술도 부려 보고,
어쩌다 한 번은
이유 없이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오래 바라본다.
그 순간,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만난다.
∞
마침내,
꽉 쥐고 있던 손을
하나씩 천천히 편다.
놓아야 비로소
다시 잡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삶은 늦게 알려준다.
∞
저무는 길 위에
긴 그림자 하나를 내려놓는다.
오늘의 무게도
그곳에 함께 내려놓는다.
∞
느슨해진 신발끈을
다시 단단히 묶는다.
삶은 언제나
다시 걷는 사람의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걷는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끝내,
다시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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