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가장 큰 공원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인천대공원을 먼저 떠올린다.
울창한 숲과 넓은 호수, 잘 정비된 산책길. 사계절 내내 시민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내 발걸음은 이상하게도 조금 다른 곳으로 향한다.
내가 자주 찾는 곳은 소래습지생태공원이다.
처음 이곳을 찾으면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공원 입구는 화려하지 않다.
주변에는 공장들이 늘어서 있고, 주차장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정말 여기가 사람들이 말하는 그 습지공원이 맞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공원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 방금 전의 풍경은 마치 다른 도시의 기억처럼 멀어진다.
발아래로 갯골이 길게 몸을 틀며 흐른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물길은 마치 땅 위에 그려진 한 줄의 붓놀림 같다.
그 곁으로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칠면초와 나문재 같은 염생식물이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시간을 칠해 놓는다.
봄에는 연둣빛이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이며,
가을에는 붉은빛이 갯벌을 천천히 물들인다.
자연은 이곳에서 서두르는 법이 없다.
산책길에는 해당화 열매가 붉게 익어 있다.
꽃이 화려했던 계절보다 열매를 맺은 지금이 오히려 더 아름답다.
시간을 견딘 것만이 가질 수 있는 색이 있기 때문이다.
길게 늘어선 소나무들은 바닷바람을 품어 안고 서 있다.
솔향기와 갯내음이 함께 스친다.
도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공기다.
조금 더 걸으면 데크길이 갯벌 위를 지난다.
짱뚱어가 얼굴을 내밀고,
칠게는 재빨리 집으로 숨어든다.
왜가리 한 마리가 갯골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여기서는 사람이 자연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의 발걸음을 잠시 받아 주는 듯하다.
지금의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원래 넓은 염전이었다.
1930년대부터 천일염을 생산하며 수도권 소금 산업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염전은 문을 닫았지만, 버려진 공간은 생태 복원을 거쳐 오늘날의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공원 안에 남아 있는 풍차와 소금창고, 수문, 염전 체험장은 그 시절의 시간을 조용히 증언한다.
그래서 소래습지생태공원은 단순한 산책 명소가 아니다.
인천의 산업사와 연안 습지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드문 생태공원이다.
철새가 쉬어 가는 터전이며,
염생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도시가 잃어버린 자연을 다시 품은 장소이기도 하다.
공원 곳곳에는 전망대와 조류관찰대, 정자가 마련되어 있다.
잠시 앉아 있기만 해도 시간이 느려지는 기분이 든다.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갈대가 바람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보다 먼저 들리기 때문이다.
나는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 이곳을 찾는다.
마음이 복잡할 때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걷고 싶은 날도 있다.
한 바퀴를 돌고 나오면 세상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언제나 내 마음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천대공원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는 공원이라면,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사람에게 침묵을 선물하는 공원이라고.
화려한 풍경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걸었던 시간은 오래 남는다.
아마 그래서 나는 이곳을 자꾸 찾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천 여행을 계획한다면 화려한 명소만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사진보다 직접 걸을 때 더 아름다운 곳이다.
갯골의 물길을 따라 걷고,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풍차 아래에서 오래된 염전의 시간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때 비로소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함께 만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돌아오는 길, 다리는 처음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는 나는, 공원에 들어갈 때의 나와 조금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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