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의 신경망처럼 번쩍이던 화면을 끄자
방 안의 공기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금속성 진동을 흘리던 휴대전화를 뒤집어두니
빛의 소음이 사라지고
내 심장 박동만 벽에 닿았다.
나는 오래 의지해온 이름들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구원의 형식,
혈연의 울타리,
서로를 규정하던 언어들까지.
환한 대낮.
눈부심이 사물의 경계를 지워
도시의 윤곽이 잠시 흐려진 시간.
아파트 담벼락 아래
파헤쳐진 산자락과
뒤엉킨 콘크리트 조각들,
쓰레기 더미 위에서
오월의 나무들이
아무 예고도 없이
푸른 숨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잘린 가지의 절단면을 뚫고
무심히 돋아나는 잎들.
그들은 설명하지 않았다.
저항을 외치지도 않았다.
다만,
도시 폐허의 균열 속으로
조용히 뿌리를 밀어 넣으며
자연의 회복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그 곁에 서서
현대 문명이 감추어온 질문을 보았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힘.
상실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생명력.
이 푸르게 저릿한 의지는
누군가의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답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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