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살해하는 법|착각이 만든 가장 우아한 살인, 반전 문학콩트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칼이 있다.

독이 있다.

총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너무 단순하다. 한순간에 끝난다.

나는 오래 걸리는 살인을 좋아한다.

상대가 이유도 모른 채 조금씩 무너지는 방식.

가장 우아한 살인은 호기심이라고 믿었다.

궁금증은 잠을 빼앗는다.

식욕을 빼앗는다.

사람을 자기 머릿속 감옥에 가둔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죽이기로 했다.

물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동네 서점이었다.

사회면을 펼쳐 놓고 웃고 있었다.

세상에는 소설을 읽으며 우는 사람이 많다.

신문을 읽으며 웃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그 웃음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포기했다.

저런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은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은 포기하기 어렵다.

그날부터 나는 살인을 준비했다.

첫 번째 선물은 책갈피였다.

보내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며칠 뒤에는 커피 쿠폰.

일주일 뒤에는 작은 화분.

한 달 뒤에는 그녀가 찾기 어려운 절판 시집.

나는 상상했다.

‘도대체 누구지?’

‘왜 나를 알고 있지?’

‘혹시 가까운 사람인가?’

그녀는 틀림없이 밤마다 추리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침대에 누워 미소 지었다.

살인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한 달이 지나도 그녀는 멀쩡했다.

두 달이 지나도 웃고 다녔다.

세 달째 되자 나는 조급해졌다.

혹시 호기심에 내성이 있는 사람인가.

그럴 수도 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까.

그래서 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조금 비싼 것을 보냈다.

고급 향수.

호텔 식사권.

뮤지컬 티켓.

겨울 코트.

봄이 오자 꽃바구니.

여름에는 호텔 빙수 교환권.

가을에는 와인잔 세트.

계절이 바뀔 때마다 택배도 따라다녔다.

택배기사는 나를 보며 물었다.

“선물 보내는 직업이세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비슷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살인업이었다.

그녀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직접 관찰하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

카페.

공원.

서점.

그녀는 늘 웃고 있었다.

웃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혼잣말했다.

“증상이 심해지는군.”

그러던 어느 토요일.

결정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남자가 있었다.

둘은 내 머그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잠깐.

저 머그컵은 내가 보낸 것이다.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후원자님, 이번엔 뭐 보내실까?”

그녀도 웃었다.

“몰라. 그래도 안목은 정말 좋아.”

둘은 익명의 선물을 하나씩 떠올리며 웃었다.

향수.

화분.

시집.

와인잔.

코트.

뮤지컬.

호텔 식사권.

남자가 말했다.

“우리 데이트 비용 절반은 그분이 내주신 셈이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준비도 많이 아꼈지.”

나는 처음으로 호흡이 가빠졌다.

죽어 가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

내 통장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드디어 살인을 멈춘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웨딩홀입니다.”

잘못 걸려온 줄 알았다.

“신랑·신부가 고객님께 꼭 청첩장을 전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얼어붙었다.

“제가요?”

“네. 두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직원이 명단을 넘기며 읽었다.

“‘우리 사랑의 첫 번째 후원자.'”

나는 전화를 끊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정말 청첩장이 왔다.

봉투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손글씨 한 줄.

덕분에 연애도, 결혼도 즐거웠습니다. 꼭 와 주세요.

나는 가지 않았다.

축의금도 내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냈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렀다.

카드 할부도 거의 끝나 갈 무렵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백화점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아기는 내가 보낸 곰인형을 안고 있었다.

그 곰인형은 분명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선물이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사람은 이상하다.

절망이 오래되면 코미디가 된다.

집으로 돌아와 통장을 정리했다.

선물 값.

택배비.

카드 이자.

호텔 식사권.

뮤지컬 티켓.

합계를 계산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녀를 죽이려 한 적이 없다.

사실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만날 용기가 없었다.

선물은 고백을 미룬 변명이었고,

익명은 거절당하지 않기 위한 비겁함이었다.

‘살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끝내 죽인 것은 사랑도, 그녀도 아니었다.

용기 없는 나 자신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익명으로 선물을 보내지 않는다.

대신 마음이 생기면 먼저 말을 건다.

거절은 잠깐 아프다.

착각은 오래간다.

나는 그 차이를 아주 비싸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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