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북어처럼 지친 너에게” 어머니가

지친 자녀를 위해 어머니가 끓인 따뜻한 북엇국

아침 여섯 시, 부엌에는 아직 어스름이 남아 있다.

나는 불을 켜고 북어 한 마리를 꺼낸다. 찬물에 담그자 바삭하게 말랐던 살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밤새 굳어 있던 마음도 이렇게 천천히 풀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제도 현관문 소리는 새벽녘에야 들렸다. 술 냄새를 달고 들어온 너는 아무 말 없이 신발을 벗었다. 괜찮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축 늘어진 어깨가 먼저 하루를 들려주었다. 세상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고 돌아왔는지 어미는 묻지 않아도 안다.

참기름을 두른 냄비에 북어를 넣고 달달 볶는다. 고소한 냄새가 부엌을 채우면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는다. 물을 붓자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달걀을 천천히 풀어 넣으며 나는 국물 속에 하지 못한 말을 함께 풀어 놓는다.

수고했다. 많이 힘들었지. 오늘은 조금 쉬어도 된다.

부모의 사랑은 대개 이렇게 말보다 늦게 모습을 드러낸다. 잔소리 뒤에 과일 한 접시를 놓고, 서운한 마음을 삼킨 채 따뜻한 밥을 차린다. 때로는 표현할 방법을 몰라 엉뚱한 모양으로 남기도 한다. 그래도 사랑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마음은 끝내 밥상 위에 도착한다.

잠에서 덜 깬 너는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나온다. 어제의 그림자를 어깨에 그대로 얹은 채 식탁에 앉는다. 나는 아무것도 캐묻지 않고 국그릇을 네 앞으로 밀어 놓는다.

“뜨거우니 천천히 먹어.”

네가 국물 한 숟갈을 떠먹는다. 굳어 있던 얼굴이 아주 조금 풀어진다. 그 작은 변화를 보는 순간 밤새 마음에 매달려 있던 걱정도 한 칸 내려앉는다. 위로는 꼭 좋은 말을 찾아 건네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상대가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따뜻한 한 그릇을 앞에 놓아 주는 일이다.

북어는 먼 바다를 건너왔다. 거센 물살 속을 헤엄치고 찬 바람에 몸을 말린 뒤 시장 골목을 지나 우리 집 부엌에 닿았다. 말라버린 몸은 국물 속에서 다시 부드러워져 지친 사람의 속을 데운다. 나는 그 북어를 보며 삶에 마른 사람도 따뜻함을 만나면 다시 풀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어머니의 손도 북어처럼 거칠어졌다. 평생 밭과 부엌을 오가며 가족을 돌본 손에는 세월의 주름이 깊다. 그 굳은손에 담긴 사랑을 생각하면 호미로 밭을 매던 어머니의 묵묵한 생애가 떠오른다. 어머니들은 자신의 고단함보다 자식의 빈속을 먼저 걱정하며 살았다.

너는 말없이 한 그릇을 비운다. 숟가락이 그릇 바닥에 닿는 소리가 아침의 적막을 가볍게 흔든다. 나는 더 먹겠느냐고 묻고, 너는 고개를 젓다가 잠시 뒤 한 숟갈만 더 달라고 한다. 그 짧은 대답에 부엌이 환해진다.

가족이 함께 산다는 것은 특별한 날만 사랑하는 일이 아니다. 누가 먼저 일어나 밥을 짓고, 늦게 돌아온 사람을 기다리며, 말없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다. 그렇게 쌓인 평범한 하루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특별한 삶을 만든다.

사랑은 별것이 아니다. 북엇국처럼 뜨겁고 묵묵하게 마음에 배어드는 것이다. 화려한 말은 금세 식지만 정성껏 끓인 국물의 온기는 오래 남는다. 세상이 너를 말라버린 북어처럼 지치게 하는 날에도 돌아와 앉을 식탁 하나, 네 속을 덥혀 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도 나는 너를 위해 국을 끓인다. 네가 다시 문밖으로 나갈 힘을 얻을 때까지, 말보다 따뜻한 마음을 한 그릇 가득 담는다.

당신의 지친 마음을 말없이 데워 주었던 한 그릇은 무엇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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