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시|잎 하나의 무게, 떨어진 뒤에 품는 것

가을비, 잎 하나의 무게

 

가을비가 기와의 골을 따라
여름의 먼지를 씻어 내린다.
처마 아래 잎 하나가
빗방울을 매달고 있다.

거센 바람에도 버티던 잎자루가
조금씩 기운다.
물방울 속에서
뒤집힌 마당이 흔들린다.

떨어지는 순간은 조용하다.
빗방울이 먼저인지
잎이 먼저인지
눈으로는 가릴 수 없다.

빈 가지 끝에
가을비가 다시 맺힌다.
잎 하나가 가렸던 하늘은
그만큼만 열린다.

비가 그친 뒤
잎은 젖은 흙에 등을 대고 있다.
가장자리는 조금 오므린 채
물 한 방울을 담고 있다.

가지에서는
견디지 못한 무게.

땅에서는
흘리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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