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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2

“산정호수에서 다시 찾은 사랑, 중년의 로맨스” 가을빛에 젖은 산정호수는 늘 고요했다.붉게 물든 산이 물 위에 겹쳐 비칠 때면, 남자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풍경은 변하는데, 내 인생은 고여 있구나. 그는 쉰둘이었다. 오랫동안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시를 읽고 글을 쓰던 그는 교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늙어가리라 믿었다. 그러나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낸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집은 텅 비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멀어졌다. 남은 건 책 몇 권과 고요한 방, 그리고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하는 상실감뿐이었다. 여자는 서른아홉. 십여 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했고, 다시 여행사 일을 시작했다. 겉으로는 씩씩했지만, 집에 들어서면 발소리만 울리는 빈 방이 그녀를 삼켰다. 그래서 그녀는 여행지마다 엽서를 모았다. 작은 종잇조각에 풍경을 붙잡아두는 일이야말로.. 2025. 8. 22.
🎭 일탈, 그 작고 소심한 반란 – 머리핀 사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아침 8시 12분.늘 그렇듯 나는 출근 시간의 3분 여유를 부여잡은 채, 약간의 숨가쁨과 함께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그녀가 서 있었다.흰 블라우스, 회색 스커트.그리고… 머리핀.딱히 눈부신 것도,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그냥 그날따라 햇살이 그 머리핀에만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닫히는 문입니다.”삐익—문이 닫히고, 4층에서 11층까지의 짧고 긴 여정이 시작됐다. 심장이 평소보다 두 박자 빨리 뛰었다.아니, 그건 계단을 뛰어 올라온 탓이었을까?그녀의 옆모습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한 치의 흔들림 없이…그녀의 머리핀을 힐끔거렸다. ‘예쁘다’ 입안에서 맴돌았다.하지만 평생 그런 말 해본 적 없다.예쁘다는 말은 TV 속 주인공들이나 .. 2025.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