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소외감, 세 사람의 자리에서 배운 관계의 거리

 

그날 카페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지만, 대화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흘렀다.

창가로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테이블에는 찻잔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오후가 될 줄 알았다.

두 사람은 얼마 전 함께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맸던 일, 식당에서 있었던 작은 소동을 떠올리며 웃었다. 한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그다음 이야기를 받아 이어갔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들의 즐거운 기억을 굳이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면 내가 아는 화제로 넘어오겠지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추억은 또 다른 추억으로 이어졌고, 두 사람의 시선은 좀처럼 내게 머물지 않았다.

몇 번인가 입을 열려다가 그만두었다. 말을 꺼낼 틈을 찾는 일이 낯설었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처음에는 따뜻했던 차가 어느새 식어 있었다.

누구도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소외감은 반드시 노골적인 거절에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대화와 관심에서 비켜나 있다고 느낄 때,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더 깊은 외로움을 경험한다.

그날 내가 느낀 외로움이 그랬다.

두 사람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한 여행이 반가웠고,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의 침묵을 살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 누군가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옆 사람을 무심히 지나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서운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실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함께 만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연히 마음이 허전했던 적이 있었다. 두 사람만 아는 이야기가 길어질 때면 나는 웃으며 듣다가도 어느 순간 말수가 줄었다.

그때마다 가까운 사이에도 저마다의 친밀함이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친구라고 해서 모든 경험을 함께할 수는 없다.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내가 모르는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친밀함은 언제나 같은 크기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었던 것일까.

함께 웃는 친구이면 충분했을까. 아니면 그들에게 빠져서는 안 될 사람이고 싶었던 것일까.

그날의 소외감에는 서운함뿐 아니라 부러움도 있었다. 두 사람의 친밀함을 바라보며 나 역시 그 안에 자연스럽게 속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인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에게 소외당했다고 느끼면 상대를 원망하기 쉽다. 그러나 그 감정 속에는 인정받고 싶은 자신의 기대도 숨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내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인간관계에는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서로의 모든 마음을 알아줄 수는 없어도, 곁에 있는 사람이 대화에서 멀어지고 있는지 한 번쯤 살필 수는 있다.

그날 내가 바랐던 것도 대단한 관심은 아니었다.

잠깐 내 쪽으로 돌아오는 시선 하나,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 하나면 충분했을 것이다.

카페를 나설 때까지 나는 서운함을 말하지 못했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솔직하게 말해도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은 내 마음을 전혀 몰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다. 그 침묵에는 자존심도 있었지만,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카페에서 나눈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다. 두 사람의 웃음보다 그 사이에서 말을 고르던 내 모습이 오래 남았다.

오랜 친구와 멀어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 보낸 시간에는 즐거웠던 기억도 많았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려운 일을 나누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한순간의 서운함으로 그 시간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며칠 동안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했던 것은 아닐까. 한 번쯤 속마음을 털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멀어지면 후회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끝에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지금의 관계보다 예전의 친밀함을 더 오래 붙잡고 있었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세월에 따라 달라진다.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웠어도 살아가는 방향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다. 그 변화를 반드시 배신이나 잘못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달라진 거리를 인정하지 못하면 만남은 점점 힘겨워진다.

나는 그 관계에서 조금 물러나기로 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려는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만남을 먼저 제안하지 않았고, 뜸해지는 연락을 억지로 이어가려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래된 관계 하나가 서서히 멀어졌다.

처음에는 허전했다. 평소라면 안부를 물었을 날에도 휴대전화는 조용했다. 함께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면 괜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흔들렸다.

관계의 단절은 결심하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익숙했던 사람의 빈자리를 일상 속에서 여러 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외로움을 피하려고 모든 관계를 붙잡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면 혼자 있는 시간보다 더 외로울 수 있다.

혼자 있는 것과 소외되는 것은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자신의 선택이 있지만, 소외감에는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

나는 그 차이를 늦게 배웠다.

어느 저녁, 소래산 산책로를 걸었다.

해가 기울면서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옅어지고 있었다. 발밑에서는 마른 잎이 바스락거렸다.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혼자 걸었다.

그날은 누구의 표정도 살필 필요가 없었다.

걸음이 느려지면 느린 대로 걸었다. 잠시 쉬고 싶으면 길가에 멈춰 섰다.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잡을 이유도, 뒤처진다고 조급해할 이유도 없었다.

문득 옛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지금도 만나 웃고 있을까. 가끔은 내 이야기도 할까.

궁금했지만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의 일상에서 내가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더 이상 알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산책로 끝에 이르렀을 때 산 아래 마을에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그 불빛을 바라보다가 오래전 카페의 찻잔 세 개를 떠올렸다.

그날 나는 두 사람의 웃음에 끼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그들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더 아팠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바람이다. 그러나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 삶의 가치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관계가 멀어졌다고 함께했던 시간까지 지우지 않으려 한다. 그때의 우정은 그때대로 소중했고, 지금의 거리는 지금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소외의 기억은 여전히 조금 쓰리다.

다만 그 일을 겪은 뒤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말이 없는 사람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었다. 혹시 대화에 끼지 못한 사람은 없는지, 웃음소리 뒤에서 조용히 찻잔만 만지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게 되었다.

내가 겪은 외로움이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알아보는 마음으로 남는다면, 그 시간도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집에 도착하니 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물을 끓여 차를 한 잔 따랐다.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누군가와 함께 마셔야 더 따뜻한 차라고 생각했다.

그날은 혼자 마시는 차도 충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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