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끝이 남긴 것은 상처가 아니라 빈곳이었다 [창작시]

 

모든 면을 갈아

손가락도 머물지 못하는

한 점이 되었다.

 

망치는 떠났지만

쇠는

맞은 자리마다

결이 달라졌다.

 

닿기 전부터

나무는

속에

갈라질 길을 품고 있었다.

 

가장 단단한 것을 만나는 순간

뚫린 것은

나무만이 아니었다.

송곳도

조금씩 닳아 갔다.

 

끝은

뚫을수록

더 깊이 들어가지만

먼저

자기 몸을 잃는다.

 

빠져나간 뒤에도

남는 것은

송곳이 아니라

그가 만든

작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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