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치마폭이 겹겹이 고이는 것은
제 몸속 둥근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다
가시를 세워
끝내 밀어내지 못한 중심
꽃잎의 긴장을 한 꺼풀 들추자
비로소 드러나는 안쪽
덜 여문 살처럼
말랑하고 육중한 생이
거기 웅크리고 있다
향기는
끝내 터지지 못한 비명
뿌리에서 끌어올린 뜨거운 피가
단단한 살결을 밀어 올릴 때
붉은 것이
안쪽에서부터 꺼진다
우리는
그 첫 함몰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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