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식생: 폐허 속 생명, 침묵의 폭동과 녹색의 재생 시

검은 액정 위에
꺼지지 않은 알림의 잔상이 깜박인다.

소음을 끄고 나면
손바닥에 남은 열기는
천천히 식어
혼자 남은 온도가 된다.

오래된 성상의 목을 치는 일은 고요했다.
경전을 찢고, 족보를 파내며
나를 부르던 이름들을 버리고 나서야
내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는다.

친구들아,
이름 없이 남은 나의 벗들아.
대답을 구걸하던 입술은 거두어다오.
부유하는 얼굴 위로
차라리 푸른 침을 뱉어다오.

빛은 투명한 폭동이다.
맹인의 눈꺼풀까지 밀어 올리는
무례하고 찬란한 직사광선.

아파트 옹벽의 균열 사이로
파헤쳐진 산자락 위에서
쓰레기를 혈관 삼아
나무들이 다시 올라온다.

가지 사이를 밀고 나오는 잎사귀들,
그들은 말없이
녹색으로 밀어붙인다.

침묵이라는 가장 큰 함성으로
폐허의 상처마다
푸른 자국을 남긴다.

이 뼈 저린 생동의 전염 앞에서,
이제 누가 죽음을 말할 수 있겠는가.
친구들아,
너희는 이 침묵에 어떻게 응답하겠느냐.

*관련글 보기

꽃비 오는 창문: 봄비와 벚꽃 사이에서 다시 사랑을 생각하다

선비천사의 브런치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선비천사 브런치 바로가기

 

이 글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눠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35-3671093 (방철호)


이 글들을 엮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라는 전자책으로 만들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