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란 서로의 불완전함을
끝내 다시 그리워하게 되는 일이다.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던
장자의 호접몽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내게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그리 또렷하지 않다.
그대의 손을 잡는 일이
낮의 따뜻한 살갗 위에서든
밤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든
내게는 모두 또렷한 체온으로 남는다.
그래서 나는 안다.
그대와 함께했던 시간은
꿈이 아니라
내 삶의 가장 분명한 장면이었다는 것을.
오이도는 나의 오래된 몽상이다.
붉은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 끝에 서면
갯내 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멀리서 파도가 낮게 숨을 쉰다.
그곳에 가면
마치 그대가 바로 곁에 서 있을 것 같고
그곳에 가면
아직 붙잡히지 않은 꿈 하나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내 생의 한 장면이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통로.
갈매기 울음이 허공에 흩어지고
사람들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저녁 물빛 속으로 다시 흩어진다.
그러나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멀어졌다 돌아오는 물결처럼
이곳에서 다시 일렁인다.
그래서 오이도는
내 사랑과 내 꿈이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자리다.
꿈속에서 타오르던 마음이
깨어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듯
그리움 또한
이 바닷바람 속에서
분명한 숨결로 살아 있다.
나는 입술을 모아
바다 쪽으로 조용히 부른다.
붉은 등대 너머
어딘가에서
그대가 듣고 있을 것처럼.
나의 오이도.
내 사랑이 시작되고
내 꿈이 돌아오는 곳.
그리고
나의 전부인 그대.
*관련글 보기
외로움은 상태다: 상담·기도·마음 치유를 통해 깨달은 같은 밤의 연대
선비천사의 브런치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이 글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눠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35-3671093 (방철호)
이 글들을 엮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라는 전자책으로 만들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
나의 오이도.
내 사랑이 시작되고
내 꿈이 돌아오는 곳.
올 여름이 끝나기 전에 또 한 편의 사랑시를 보네요. 원래 여름은 열매, 열음과 관련된 말이라 생각하는데, 속에 것들이 겉으로 드러나 맺혀 드러내 보이는 계절쯤으로 이해하고 있구요. 시를 통하여 선생님의 마음 속 감동적 사랑의 실체를 본 듯합니다. 모든 사랑의 서사가 아름답겠지만 사랑을 향한 순수한 열정, 가늠하기 어려운 사랑의 깊이 그리고 순애보는 언제나 감동적 사랑이 갖추어야할 a,b,c요소들 이지요. 이 시에서도 사랑의 열정, 깊이, 순애보 등의 요소가 보이네요. 세상 사람들이 두루 감동하고 있는, 아직 어리지만 주인공들의 뜨거운 첫사랑 감정에 존재를 던지는 열정을 불살랐던 로미오와 줄리엣,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몽룡의 언약 한마디에 자신의 전 생을 던진 성춘향 그리고 출세 후에도 자신의 언약을 실행한 이몽룡, 짧은 불같은 사랑 뒤 긴 이별을 하였지만 서로 사랑만큼은 한 순간도 버리지 않았던 백석과 자야부인의 사랑 등 모두 사랑에대한 순수한 열정과 범인이 법접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사랑의 서사가 있어서 감동적이지요. 인생은 일과 사랑이라는데 일의 성취는 생존과 몸을 살찌게 한다면 사랑은 영혼을 빛나게 하는 듯합니다. 시에서 사랑의 시작과 진행 되는 곳인 오이도. 마음에 사랑을 위한 발상지와 사랑의 정처가 있다는 것 참 좋을 듯합니다. 마음 속에 사랑은 꿈, 즉 이상적 영역인데, 사랑하는 사람은 현실에 사니 연인은 현실과 꿈(비현실이)이 혼재된 상태인 듯합니다. 함께 있는 동안은 현실이지만 연인이 없는 시간은 꿈이지요. 그러면 주인공의 사랑은 현실도 꿈도 되겠고요. 연인의 부재가 길어지면 찾는, 오이도로 가면 다시 사랑은 현실이 될 터고요. 어떤 인연이 둘을 사랑으로 이끌고 사랑하다 이별도 하고 사랑했던 깊이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까지가 사랑의 모든 단계일 것인데, 또 하나 꿈이 있다면 그렇게 그리워하다 보면 또 언젠가는 반가운 해후도 있었으면.
울림님, 이렇게 깊고 따뜻한 마음으로 시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의 열정과 깊이, 그리고 순애보를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과 몽룡,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까지 이어 말씀해 주신 대목을 오래 읽었습니다. 특히 “일의 성취가 생존과 몸을 살찌게 한다면 사랑은 영혼을 빛나게 한다”는 말씀에 마음이 머뭅니다.
제게 오이도는 현실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그리움이 돌아가는 마음속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함께했던 순간은 현실이었지만, 그 사람이 곁에 없는 시간에는 그 기억을 꿈처럼 불러내게 되니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 안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겨주신 ‘반가운 해후’라는 말이 참 따뜻합니다. 그리움 끝에 다시 만나는 날이 있다면, 오래 품었던 사랑도 비로소 하나의 긴 문장을 완성할 수 있겠지요.
제 시보다 더 긴 마음으로 사랑의 의미를 헤아려주신 울림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올여름의 끝자락, 울림님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빛나는 사랑과 따뜻한 인연이 머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