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언어: 말이 돌이 되는 순간에 대한 시

집에 돌아오는 밤이면
나는 낮 동안 쓰던 말들을
주머니에서 꺼내
식탁 위에 흩어 놓는다

말들은 대부분
모서리가 닳아 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오는 동안
서로 부딪히고
부딪히며

조금씩 단단해진 것들

낮에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혀끝에서 떨어진 말 하나
눈빛에 묻어 나온 말 하나

바닥에 닿을 때마다
작은 돌 같은 소리가 났다

말이 식어
돌이 되는 속도를
우리는 늘
늦게 배운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그 돌들은
발밑에 조용히 쌓였다

이쪽에서 굴러온 돌
저쪽에서 날아온 돌

우리는 그 위에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가까웠지만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밤이 되면
나는 식탁 위에 놓인 돌들을
하나씩 만져 본다

어떤 것은
이미 완전히 식어 있고

어떤 것은
아직 체온이 남아 있다

나는 오래
따뜻한 돌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

아직
말이 되기 전의 것

누군가의 가슴에 닿기 위해
조용히 식어 가는
하나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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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언어: 말이 돌이 되는 순간에 대한 시”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이 번 시의 주제는 ‘말’이군요. 선생님이 쓰시는 글의 주제가 다양하여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ㅡ감광섭 ‘마음’ 중에서

    ‘말’은 서로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인용한 시를 보아도, 말로 공격하여 아프게도 하고 유혹적인 말로 다가와 이익을 취하려 하기도 하고 고무적인 말로 나를 응원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네요. 이 중 시의 화자가 하루의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꺼내 보는 말들은 말이 식고 굳어 돌이 된 것들이군요. 그 돌들은 여러 번 부딪쳐 모서리가 닳은 돌이 된 말이구요. 그렇지요, 말은 마음 속에서 생겨나 두뇌의 지시를 받으며 입 속 발음기관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무형이고 곧 허공에 흩어지는 것들이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말은 참 아프지요. 마치 돌로 세게 얻어 맞을 때처럼. 또 그렇게 마음을 아프게 때린 말들은 흩어지지도 잊혀지지도 않고 단단한 돌이 되어 마음에 꽉 박혀 버리지요. 그리고 두고두고 마음에 상처가 되기도 하고요. 말로 상처를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박힌 돌덩이가 그 돌을 던진 사람과 관계를 짓는 결정적 근거가 될 거구요. 그는 돌더미 위에 서 있을테고 돌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는 화자의 말보면. 말이 돌이 되어 사람을 때리고 상처를 줄 수 있듯이 반대로 우리 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좋은 말은 상대에게 위로가 되고 상처를 치유하게도 할 듯하네요. 실제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아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그 후의 생을 반듯하게 산 사례도 참 많을 거구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상식적인 경구가 우리들의 언어 습관이 되면 좀겠습니다. 누군가가 던지는 돌을 맞고 마음에 상처가 되어 내 체온이 식어 딱딱한 돌이 되어 누군가에게 던저 져 상처 주는 일이 없도록.

    답글
    • 울림님, 무더위에 잘 지내시죠?

      이번 시를 이렇게 깊이 읽어 주시고 정성스러운 감상을 남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는 점을 제 시보다 더 풍성하게 풀어 주셔서 저도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돌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는 부분을 마음의 상처와 관계의 기억으로 읽어 주신 해석이 오래 남았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좋은 말은 누군가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돌’, 다시 말이 되기 전의 언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상처가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지기보다, 따뜻한 말로 다시 건네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감광섭 시인의 「마음」도 함께 떠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다시 한 번 언어의 무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늘 세심한 시선으로 읽어 주시고 따뜻한 말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무더운 여름도 시원하고 평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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