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생전차: 개로 환생한 사기꾼의 속죄 이야기, 냄새로 읽는 인간의 삶

나는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린 적이 있다.
그 사실은 누구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그 사람의 딸은 지금도 같은 공원을 걷는다.

나는 매일 그 공원을 걷는다.

개로.

아스팔트는 아직 낮의 열기를 품고 있었다. 베란다 타일의 차가운 모서리에 몸을 붙이고 있으면, 갈비뼈 사이로 냉기가 스며든다. 그때서야 심장이 조금 느려진다.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본다.

짧은 황토색 털.
젖은 코.
자꾸만 움직이는 귀.

나는 복돌이다.

그러나 가끔 기억이 스며든다. 냄새처럼.

전생의 나는 사람들의 말을 사고파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희망을 팔았다.

“이 땅은 곧 개발됩니다.”

그 문장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었다.

그 믿음은 돈이 되었고, 나는 그 돈을 챙겼다.

어떤 노인이 있었다.

그는 통장을 내밀며 말했다.

“이 나이에 마지막 투자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집을 팔았다.

그리고 그해 겨울, 그 집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다.

나는 그 일을 정보의 격차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단지 도둑질이라는 말을 피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발을 끄는 소리.
금속 문에 몸이 기대는 둔탁한 소리.

김 부장이다.

꼬리가 먼저 움직였다.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머리는 멈추라고 말하지만 몸은 듣지 않는다.

문이 열렸다.

냄새가 밀려왔다.

소주.
담배.
그리고 오래된 사무실 냄새.

김 부장은 가방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거실에 앉았다.

“복돌아.”

나는 다가갔다.

그는 나를 안지 않는다. 대신 얼굴을 가까이 가져온다.

그리고 코를 맞댄다.

사람들은 모른다.

코와 코가 닿으면 거짓말이 사라진다는 것을.

김 부장의 숨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회의실 공기.
프린터 토너.
낡은 카펫.

그리고 두려움.

“오늘도 잘렸다.”

그가 말했다.

“이번엔 진짜 같아.”

그의 손이 내 배를 천천히 문질렀다.

개의 배는 가장 약한 곳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은 거의 항복에 가깝다.

나는 배를 내주었다.

김 부장이 중얼거렸다.

“너는 좋겠다.”

손이 멈췄다.

“속는 일도 없고.”

나는 눈을 감았다.

그는 모른다.

나는 속이는 냄새를 기억한다.

그리고 속은 사람의 냄새도.

저녁이 되면 우리는 공원을 걷는다.

공원은 냄새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뛰어간 자리.
비를 맞은 흙.
방금 지나간 개.

김 부장은 스마트폰 화면을 본다.

나는 다른 것을 읽는다.

어느 날 익숙한 냄새가 공기를 가르며 왔다.

라벤더 향.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냄새.

기억.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노인의 딸.

세월이 조금 묻어 있었지만 냄새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몸이 굳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말하고 싶었다.

미안합니다.

당신 아버지를 망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것은 짧은 울음이었다.

김 부장이 목줄을 잡아당겼다.

“왜 그래 복돌아.”

여자가 잠시 멈췄다.

그녀는 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내 머리를 스쳤다.

“이상한 개네.”

그녀가 웃었다.

그녀의 냄새는 여전히 슬펐다.

하지만 예전보다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그녀는 다시 걸어갔다.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자주 그녀를 만났다.

공원은 생각보다 좁았다.

처음에는 나를 쓰다듬었다.

다음에는 말을 걸었다.

“너 또 울 것 같네.”

나는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냄새는 숨길 수 없다.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도 개 좋아했어.”

김 부장이 웃었다.

“그래요?”

“응. 마지막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겨울이 오기 전 어느 저녁이었다.

김 부장이 벤치에 앉아 말했다.

“복돌아.”

그의 냄새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결심 냄새였다.

“나 회사 그만뒀다.”

나는 그의 손을 핥았다.

김 부장이 웃었다.

작은 웃음이었다.

그날 우리는 오래 걸었다.

공원 입구에서 그녀를 만났다.

김 부장이 인사를 했다.

“자주 뵙네요.”

그녀도 인사를 했다.

“그러네요.”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

“이 개, 나 좋아하나 봐요.”

김 부장이 웃었다.

“그런가 보네요.”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발이 가까웠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 젖은 코를 그녀의 발등에 댔다.

잠깐.

아주 잠깐.

그녀는 웃었다.

“간지러워.”

그녀는 이유를 모른다.

김 부장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의 사과라는 것을.

밤이 되면 나는 김 부장의 방문 앞에 눕는다.

문틈으로 그의 체온이 나온다.

전생의 나는 수많은 말을 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밤을 지켜준 적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말을 할 수 없다.

대신 누군가가 내일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곁에 누워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속죄라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의 밤 옆에 조용히 누워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코를 꼬리 속에 묻었다.

그리고 천천히 잠에 빠졌다.

견생은 그렇게 계속된다.

*관련글 보기

스마트폰의 진화와 미래: AI 시대, 손 안의 세상이 사라질까?

선비천사의 브런치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선비천사 브런치 바로가기

이 글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눠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35-3671093 (방철호)


이 글들을 엮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라는 전자책으로 만들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