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만의 외상

혀는 오늘을 먼저 믿는다.
흰 가루가 눈처럼 내려앉고
갓 구운 빵의 가장자리가
이 사이에서 부서진다.
기름은 뜨겁고 부드럽다.
소금은 혀끝을 깨우고
단맛은 다음 한입을 부른다.
나는 천천히 씹는다.
씹는 동안에는
내일도 달다.
뜨거운 한입이 목을 지나면
몸은 잠시 조용해진다.
접시는 비어 가고
배는 차오른다.
나는 포만을 산다.
값은 나중에 치르기로 한다.
접시 바닥의 윤기까지
손끝으로 훔쳐 입에 넣는다.
밤이 오면
포만은 먼저 떠난다.
몸속에서 작은 문 하나가 닫히고
맥박은 그 앞에서
제 몸을 두드린다.
한 번.
또 한 번.
어둠의 수금원이
침대 곁에 앉아 장부를 펼친다.
설탕 몇 숟갈.
튀김 한 접시.
탄수화물 몇 덩이.
삼키고 잊은 밤들.
그것들은 사라진 적이 없다.
오늘의 포만은
내일의 몸에 기록된다.
수금원은 돈을 받지 않는다.
때가 오면
남은 살과 뼈와 내장과 피를
하나씩 저울에 올린다.
그리고 묻는다.
이 모든 포만은
얼마짜리였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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