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두부 한 모와 미역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국을 끓여야 했다.
평범한 날, 익숙한 일.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했다.
‘이런 게 내가 바라던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알콩달콩이란 말이 싱겁게 느껴졌다.
크게 웃기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삶.
나는 더 크고 화려한 것을 꿈꿨다.
성공, 명예, 멋진 자리.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자주 비었다.
살면서 알게 되었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오해가 쌓이고, 말이 가시가 되고,
사랑했던 사람도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날이 많아진다.
그러다 문득 식탁에 앉아 마주 본다.
된장국 냄새, 아이의 웃음소리,
아내의 조용한 눈빛.
그것들이 나를 다시 세운다.
알콩달콩은 그냥 평온한 삶이 아니었다.
흔들려도 함께 머물기로 한 약속.
크지 않아도 매일을 정성으로 채우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은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마음이었다.
“밥은 먹었어?”
그 말에 담긴 건 사랑이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가장 깊은 안부.
나는 오늘도 식탁에 앉는다.
아이는 수저를 떨어뜨리고,
아내는 반찬을 뒤적인다.
그 익숙한 장면들이
내 삶을 다정하게 채운다.
알콩달콩 산다는 건,
그 익숙한 풍경을 다시 보게 되는 일이다.
당연했던 하루가
고마워지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조용한 따뜻함 속에서
조금씩, 오래도록 행복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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