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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한국의 술문화, 왜 사라지고 있을까?"

by 선비천사 2025. 6. 18.

 

한때는 나도 매일같이 술자리에 있었다.
퇴근 후면 자연스레 호프집으로 향했고, 2차, 3차는 기본이었다.
술이 인간관계의 필수라고 믿었고, 취한 김에 나눈 대화가 진심이라 여겼다.

 

그런 밤들이 반복됐다.
술기운에 실수해도 "술 때문이야"라며 웃어넘겼고,
아침이면 숙취와 후회가 남았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또 누군가의 "한 잔 어때요?"에 따라나섰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회식도 줄고, 술집도 하나둘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허전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기억에 남는 대화는 술 없는 밤에 오히려 많았다.
아내와 공원을 걸으며 나눈 소소한 이야기.
아이가 해준 말에 웃었던 저녁.
그 시간들이 술보다 더 깊게 내 안에 남았다.

 

나도 한때는 술로 위안을 삼았다.
억울한 일, 지친 하루, 표현 못한 감정들을 술에 기대어 흘려보냈다.
그땐 그게 해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공허함이었다.
해결된 건 없고, 피로만 쌓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술은 위로가 아니라 회피였다는 걸.

 

물론 술자리가 전부 나쁜 건 아니다.
진심이 튀어나올 때도 있고, 오해를 풀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건배"를 무조건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술 없이도 더 진한 관계가 가능하다는 걸.

 

요즘은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가끔은 혼자, 가끔은 아내와 함께.
공원을 걷거나, 책을 읽거나, 그냥 말없이 창밖을 본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며 나는 조금 달라졌다.
마음이 덜 조급해졌고, 말이 부드러워졌다.
무엇보다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술이 빠진 자리에, 삶이 들어왔다.
기억에 남는 밤, 후회 없는 아침.
나는 오늘도 술 대신 나를 마신다.
조금은 쓴, 그러나 맑고 따뜻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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