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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기다림이 사라진 시대의 까치 울음”

by 선비천사 2025. 7. 7.

 

도시의 아침은 분주하다.
자동차 경적, 엘리베이터 알림음, 휴대폰 진동 소리.

 

그 사이, 까치가 나뭇가지에 앉아 깍깍거려도
누구 하나 고개를 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소리를 듣되,
그 의미는 듣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 울음에 붙잡힌다.

 

어릴 적, 겨울 안개가 산자락을 덮던 어느 새벽.
나는 까치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참나무 가지 사이로 퍼지는 소리,
공기까지 맑게 흔드는 그 울음.

 

이불을 둘둘 말고 마루 끝에 앉아
까치집을 바라보던 순간이
아직도 선하다.

 

우리 집은 산중턱, 참죽나무 아래 자리 잡은 작은 초가였다.
사철나무 울타리는 쑥대가 얽혀 제멋대로였고,
마당 구석에선 해마다 구렁이 한 마리씩 똬리를 틀었다.

 

그 속에서도 가장 높이, 가지 끝에
까치집 하나가 밀짚모자처럼 얹혀 있었다.

 

그날도 까치는 일찍부터 울었고,
어머니는 밥을 짓다 말고 말없이 문을 열었다.

 

식구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마당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올 것만 같았다.

 

설마 했던 일이다.
점심 무렵, 먼지 쌓인 흙길 끝으로
군에 간 삼촌이 걸어 들어왔다.

 

제대 휴가도 아닌, 갑작스런 외출이었다.

 

“까치가 울더니…,”
어머니는 눈가를 훔치며 웃으셨다.

 

그날 저녁, 부뚜막에선 김이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아버지는 오랜만에 소주잔을 기울이셨다.

 

할아버지는 기침도 잠시 멈추고,
묵묵히 삼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셨다.

 

그 순간, 까치 울음은 단지 새의 소리가 아니라
우리 집안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이제는 손님의 발소리도,
편지의 기다림도 없다.

 

우편함엔 고지서만 들고,
휴대폰은 초 단위로 울린다.

 

정보는 넘치지만,
기다림은 사라졌다.

 

까치는 여전히 운다.
그러나 소식은, 더 이상 울음 속에 있지 않다.

 

오늘 아침, 까치가 창가로 날아들었다.
아무 일 없는 하루였지만,
나는 괜히 마당을 내려다봤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빈 공간이, 어쩐지 따뜻했다.

 

까치소리는 여전히 말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바빠서,
너무 빨라서,
귀 기울이지 못할 뿐이다.

 

소식은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돈다.

 

언젠가 다시 마음이 느려지고,
기다림이 삶의 한가운데로 돌아오는 날—

 

그때, 까치소리는 또 한 번 소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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