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비치 양양 오션뷰 객실 후기 –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동해 바다와 해변 풍경

“인생은 고통이다.
고통은 축복이다.
돌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돌은 축복이 아니다.”

이 문장을 다시 떠올린 것은 강원도 양양의 바다 앞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떠난 1박 2일 여행. 누군가는 이미 은퇴했고, 누군가는 여전히 출근길에 오른다. 교직을 마친 나 역시 다른 속도의 아침을 맞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간을 건너온 우리가 동해 앞에서 다시 나란히 섰다.

숙소는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한 쏠비치 양양.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통유리 너머로 수평선이 길게 펼쳐졌다. 바다는 잔잔하지 않았다. 짙은 남청색 물결이 끊임없이 밀려와 흰 포말을 만들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물러났다. 건물은 이국적인 외관으로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었고, 객실 창문을 열자 파도 소리가 곧장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숨결처럼 가까웠다.

짐을 풀고 곧장 해변으로 내려갔다. 호텔과 이어진 모래사장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파도는 예상보다 거칠었다. 발목을 넘어 정강이까지 차올랐다가 힘 있게 빠져나갔다. 차가운 물이 바지 끝을 적셨지만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았다.

은퇴한 친구가 말했다.
“요즘은 아침이 길어. 출근할 곳이 없다는 게 아직도 낯설어.”

아직 현역인 친구는 웃으며 답했다.
“나는 아직도 월요일이 무섭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가볍지 않았다. 그 안에는 구조조정의 바람도, 교실의 소란도, 병원 복도의 긴 의자도, 아이들 걱정도 함께 들어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모양의 파도를 맞으며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 먼저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를 따라 우리도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순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는 사라지고 운동장을 달리던 교복 차림의 소년들이 겹쳐졌다. 파도는 우리를 밀어냈다가 다시 끌어안았다.

그날 우리는 파도를 맞은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맞고 있었다.

해 질 무렵, 하늘은 주황과 보랏빛이 천천히 번지듯 섞였다. 호텔 외벽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바다는 낮보다 더 깊은 색으로 가라앉았다. 파도 소리는 낮보다 또렷했다. 낮에는 눈으로 보던 바다가, 밤에는 귀로 스며들었다.

저녁은 양양에서 회 맛집으로 알려진 38횟집에서 함께했다. 접시 위에 올려진 광어와 우럭은 투명하게 빛났고, 한 점을 집어 초장에 찍어 먹자 바다의 짠 기운이 입안에 번졌다. 매운탕의 김이 오르며 테이블 위 공기를 따뜻하게 감쌌다. 여행객과 현지인이 함께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선함은 단순한 맛을 넘어, 오늘 하루의 기억을 또렷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술잔이 몇 차례 돌자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의 나를 떠올렸다. 한때는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랐다. 교사로 교단에 서 있던 시절, 하루가 버거워 종이 울리기만 기다리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멈추길 바라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도망치고 싶은 구간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객실 창문을 열자 햇빛이 바다 위에 부서지고 있었다. 밤새 파도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바다는 제 리듬을 지켰다. 인생도 그러하다. 은퇴했든, 아직 일하고 있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파도를 맞으며 산다. 때로는 밀려나고, 때로는 다시 일어선다.

인생은 고통이다. 그러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다. 돌은 아프지 않지만, 돌은 웃지도 못한다. 우리는 아프고, 웃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 사이에서 시간은 흐르고, 어느 날 문득 멈추길 바라는 순간을 만난다.

쏠비치 양양의 파도는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젊은 날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도, 모두 같은 물결 위에 서 있었다.

흔들리며 함께 서 있는 이 시간이,
이미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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