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골무

호롱불이 졸던 밤
벽에는 어머니의 그림자가
바느질보다 먼저 움직였다.
낡은 솜이불의 터진 자리를
한 땀씩 꿰매시던 어머니.
엄지 끝에 끼운 골무가
바늘 뒤를 밀 때마다
작은 쇳소리가 밤을 건넜다.
어머니는 가끔
실 끝을 입술에 적시고
바늘귀를 불빛 가까이 가져가셨다.
나는 이불 속에서
바늘이 지나간 자리를 만져 보았다.
터졌던 곳은
다른 곳보다 조금 두꺼웠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의 반짇고리를 열었을 때
낡은 골무 하나가 굴러 나왔다.
골무에는 작은 구멍들이
촘촘히 패어 있었다.
바늘은 그 자리를
수없이 밀고 지나갔을 것이다.
나는 골무를 엄지에 끼웠다.
어머니의 손가락에 맞던 것이
내 손에는 조금 헐거웠다.
손끝을 굽히자
골무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어머니가 떠난 뒤에도
솜이불은 오래 남아 있었다.
해진 가장자리를 들추니
안쪽으로 접힌 천 사이에
고르지 못한 바늘땀이 보였다.
어떤 땀은 짧고
어떤 땀은 길었다.
실이 팽팽한 곳도
느슨하게 걸린 곳도 있었다.
나는 그 자리를 다시 꿰매지 않았다.
그날 밤
어머니가 남긴 바느질을 따라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한 땀, 또 한 땀.
손끝이 멈춘 곳에는
바늘이 비껴간 작은 틈이 있었다.
그 틈으로
오래전 호롱불이
아직 조금 새어 나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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