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산 하나, 큰 산에 스며들다 |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가을 시

작은 산 하나, 큰 산에 스며들다

 

작은 산 하나
큰 산속으로 스며들었다.

산사의 목탁 소리가
저녁의 끝을 두드리던 날,

어머니는 두 손을 모으고
산으로 들어가셨다.

그날부터 산은
어머니의 발소리를 내지 않았다.

새들은 울음을 접고
노루는 발자국을 거두었다.

풀뿌리 밑을 흐르는 샘물만
돌아오지 않는 길을 적셨다.

저 차가운 무덤들은
밤새 안녕하셨는가.

봉분 위에 내려앉은 낙엽 하나
바람이 불어도 뒤집히지 않았다.

문득 어린 날의 산길이 열렸다.

책을 베고 낮잠 자던 친구,
먼 길을 함께 가자던 그 친구.

우리는 가방을 흔들며
산 너머를 궁금해했다.

그날 친구가 먼저 건넌 것은
산이었을까, 세월이었을까.

어머니가 사라진 산길에서
나는 오래전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 대신
마른 잎 하나 굴러왔다.

산은 가을마다 붉어졌지만
그 길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낙엽을 밟지 못했다.

그 아래
아직 누군가의 발소리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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