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다스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지금’으로 돌아오는 일
가끔은 마음에도 둑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밤이 되면 작은 걱정 하나가 머릿속을 맴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은 생각을 키우고 또 키운다. 어느새 잔잔했던 마음은 거센 파도 앞에 선 듯 흔들린다.
우리는 흔히 걱정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걱정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걱정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은 파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지나가게 하는 법을 배울 때 조금씩 평온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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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 배운 ‘지금’의 감각
얼마 전,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채 집 근처 산길을 걸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의 단단한 감촉.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냄새.
조용히 흔들리는 들풀의 움직임.
걷는 동안 신기하게도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걱정이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행동을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고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면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줄어들고, 스트레스 반응도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걱정을 멈추려 애쓰기보다 몸이 느끼는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 불안을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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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종이에 쓰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이유
산에서 내려온 뒤 나는 흰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이어질수록 커다랗게만 보이던 고민은 몇 줄의 문장으로 변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라고 한다.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 복잡한 생각이 구조화되고, 머릿속에서 반복되던 반추가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모호했던 불안은 글자가 되는 순간 형태를 갖는다.
형태를 가진 걱정은 막연한 두려움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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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기
글을 모두 적은 뒤 나는 두 개의 선을 그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일.
이 단순한 구분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
인지행동치료(CBT)에서도 통제 가능한 행동에 집중하는 것은 불안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활용된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타인의 마음도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할 수 있는 행동은 선택할 수 있다.
걱정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의미를 갖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는 걱정은 내려놓을수록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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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미루는 연습도 효과가 있다
요즘 나는 작은 습관 하나를 만들었다.
갑자기 걱정이 찾아오면 이렇게 말한다.
“이 생각은 저녁 8시에 다시 하자.”
이 방법은 심리학에서 걱정 시간(Worry Time)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해 걱정을 하도록 하면 불안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따로 시간을 마련해 다시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걱정은 처음보다 훨씬 작아져 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감정의 거품을 자연스럽게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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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삶을 진지하게 살아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걱정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적당한 걱정은 미래를 준비하게 만들고 위험을 피하도록 돕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문제는 걱정의 존재가 아니라, 걱정이 삶 전체를 차지하는 순간이다.
파도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
현재를 느끼고, 글로 적고, 행동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작은 습관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데려오는 든든한 닻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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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음이 무겁다면
밤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커지기 쉽다.
그럴 때는 연필 하나와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하다.
머릿속의 걱정을 적어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누어 보자.
그리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쉬어 보자.
손끝에 닿는 감각, 발바닥이 딛고 있는 땅의 느낌, 조용히 흐르는 밤의 공기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조금씩 현재로 돌아온다.
머물지 않는 것은 파도만이 아니다.
지금의 걱정도 결국은 지나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파도를 바라볼 만큼 단단한 마음의 해변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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