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의 부평 화장장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주차장으로 운구차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차 문이 열릴 때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내렸다. 누군가는 담배를 피웠고, 누군가는 말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공기에는 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향 냄새와 연기, 그리고 금속이 달궈질 때 나는 냄새였다.
이곳에서는 죽음이 조용하지 않았다.
나는 몇 번 병원 중환자실을 드나든 적이 있다. 삐익거리는 기계 소리와 면회실 유리 너머의 울음. 그곳의 슬픔은 차라리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화장장은 달랐다.
여기서 죽음은 철학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였다.
관이 화로 앞에 놓이고, 육중한 철문이 천천히 열린다. 직원들이 관을 밀어 넣는다. 그 순간 유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뜨거워.
빨리 나오라고 해.
이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몸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뜨거움을 걱정한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연민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뜨겁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화장은 두 시간쯤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위층 식당으로 올라간다.
아래층에서는 누군가의 삶이 타고 있는데, 위층에서는 육개장 냄새가 퍼진다. 벌건 국물 위에 기름이 둥둥 떠 있다. 상주는 사람들에게 밥을 권한다.
조금이라도 드세요.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밥을 거절하지도 않는다.
슬픔은 정신의 영역이지만 허기는 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소주를 따르고, 누군가는 말없이 고기를 씹는다. 비명이 벽을 타고 올라오는 와중에도 국물은 목을 타고 넘어간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몸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두 시간이 지나면 직원이 이름을 부른다.
이제 유골을 받으러 갈 시간이다.
화장로에서 나온 뼈 조각들은 작은 금속 쟁반 위에 놓여 있었다. 방금 전까지 한 사람의 몸이었던 것들이다. 그것들이 분쇄기로 들어간다.
기계가 돌아가고 몇 초 뒤, 모든 것이 가루가 된다.
인간이 평생 붙잡고 살았던 기억과 고집과 취향이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하얀 가루로 정리된다.
생각보다 조용한 과정이었다.
유골함을 받는 순간 나는 조금 놀랐다.
따뜻했다.
방금 전까지 화로 속에 있던 열기가 그릇을 통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그 온기는 이상하게 현실적이었다.
마치 말없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다.
사람들은 유골함을 품에 안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온다. 주차장에는 여전히 차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또 다른 장례.
또 다른 이별.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본다.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조금 전까지 그 위에는 따뜻한 유골함이 놓여 있었다. 그 온기는 이미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손바닥을 잠깐 데우고 사라질 온기일지 모른다.
아마 그때도 누군가는 위층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음 하루를 시작하겠지.
삶은 어쩌면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마지막 온기를 지나
다시 살아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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