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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감성시8

이제,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 32년 전, 저는 작은 두 발로 이 교정에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그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법도 몰랐고,언제 칠판을 닦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숨 쉬듯 교실로 향했고,가르친다는 이름으로,배우는 나날이었습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습니다.계절이 몇 번 바뀌는 사이,저는 이 교정에서 젊음을 묻고,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늙었습니다. 교실 한켠의 책상 위에는지나간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고,교무실의 웃음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그 모든 날들이,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심신이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가르침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이제는 나의 자리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담히 이 길을 떠나기로 했.. 2025. 4. 16.
당신의 손길이 있어 학교는 따뜻했습니다 – 윤준호 님께 드리는 헌시 고요한 새벽, 누구보다 먼저 문을 여셨고어두운 밤이면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나가셨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학교를 지켜오신당신의 손에는 언제나 흙먼지가 묻어 있었고당신의 등에선 땀 냄새보다 따뜻함이 먼저 풍겼습니다. 25년.그 긴 세월 동안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당신은 학교의 나사 하나, 바퀴 하나가 되어쓸고 닦고, 고치고 메우며묵묵히 학교를 굴려주셨습니다. 어떤 날은 바람이 거셌고어떤 날은 하늘마저 무심했지만당신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누가 부탁을 해도, 하지 않아도당신은 언제나 먼저 움직이셨습니다. 고장 난 문의 삐걱임,넘어진 아이의 울음소리,멀어진 마음 사이에 맺힌 갈등의 틈까지도당신은 조용히 다가가 살폈습니다. 누군가는 보지 못했고누군가는 당연하게 여.. 2025.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