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입술을 벌리고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목덜미를 긁는다
터질 듯한 곡선.
한낮의 햇빛이
그 둥근 데를 오래 만지고 있다
내 눈엔 그저
엉덩이뿐이어서
가시를 피해 간 시선이
자꾸만 그쪽으로 찔린다
바람이 불자
꽃잎 몇 장이 뒤집힌다
붉음에도 속살이 있다는 듯
나는 잠시 얼굴을 돌리지만
향기는 등을 따라와
귓불에 닿는다
부끄러움은 늘
몸보다 늦게 익는 법이라
꽃 앞에서
한 사람의 눈이 먼저 붉어진다
장미는 웃지도 않고
나무라지도 않는다
다만
가장 탐스러운 순간부터
조용히 시들기 시작한다
저 곡선이
흙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나는 끝내
무엇을 본 것인지 모른다
꽃이었는지
몸이었는지
아니면
잠깐 이 세상에 머물다 가는
붉음의 형상이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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