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거북섬 여행, 시화호를 바라보며 먹은 보리밥 한 그릇과 도시의 시간

평일 점심이었다.

멀리 떠나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집을 벗어나 바람을 쐬고 싶었다. 아내와 함께 목적지를 시흥 거북섬으로 정했다. 한때 수도권 최고의 해양레저 관광지를 꿈꾸며 이름을 알렸던 곳이다. 뉴스에서는 개발과 투자, 기대와 우려가 끊이지 않았고, 언젠가는 한 번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시화방조제로 접어들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크레인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길게 팔을 뻗은 크레인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건물은 지금도 올라가고 있었다. 이미 분양된 건물이라면 공사를 멈출 수도 없을 것이다. 도시는 사람보다 먼저 형태를 갖추고, 사람은 그 뒤를 따라온다. 하지만 어떤 도시는 건물보다 시간이 늦게 도착하기도 한다.

거북섬으로 들어서자 풍경은 둘로 갈렸다.

오른쪽에는 시화호가 넓게 펼쳐졌다. 바람이 수면을 스치자 햇빛이 잘게 부서졌다. 왼쪽에는 새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외벽은 아직 새 건물 특유의 깨끗함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유리창마다 붙은 임대 현수막은 그 깨끗함과 어울리지 않았다.

건물은 새것인데 기다림은 오래된 것 같았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거리는 조용했다. 차가 드물었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넓게 만들어진 도로는 오히려 적막을 더 크게 들려주었다. 빈 상가의 유리창에는 사람들이 아니라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거북섬은 원래 시화호 북측 간척지에 조성된 인공섬이다. 해양레저와 관광,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계획된 복합 관광단지다. 웨이브파크를 비롯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지만 기대만큼 상권이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거북섬은 화려한 청사진과 현실이 나란히 놓여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계가 아니라 한 번 천천히 걸어보는 일이다.

우리는 미리 찾아두었던 ‘연평도꽃게탕 보리밥’ 식당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넓었다.

손님은 적지 않았지만 빈자리가 더 먼저 보였다. 대부분 보리밥 정식을 주문하고 있었다. 우리도 같은 메뉴를 선택했다. 가격은 1인 14,900원이었다.

잠시 후 상이 차려졌다.

보리밥 한 그릇.

일곱 가지 나물.

구수한 강된장.

수육 서너 점.

꽃게장과 양념게 반쪽.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충분했다.

셀프바에서는 나물과 반찬을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었고, 황토 지장수 막걸리는 무한리필이었다. 운전을 해야 했기에 잔을 들 수는 없었지만, 막걸리 항아리 앞에서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좋은 술은 사람을 오래 앉게 만든다. 좋은 음식도 그렇다. 오래 머무는 사람이 있어야 동네가 살아난다.

보리밥에 나물을 넣고 강된장을 비볐다.

숟가락으로 천천히 뒤섞자 여러 빛깔이 하나가 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넓은 거북섬은 비어 있는데 작은 보리그릇은 가득 차 있었다.

그 단순한 대비가 이상하게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창가에서는 시화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의 시화호는 잔잔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이 호수도 처음부터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산업화와 수질오염으로 한때 ‘죽음의 호수’라 불렸던 시간이 있었다. 오랜 복원 사업을 거치면서 조금씩 생명을 되찾았고, 지금은 철새가 찾아오고 사람들이 산책하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호수는 사람보다 오래 기억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한 시대의 욕심도 기억하고, 한 시대의 반성도 기억한다.

바람은 그런 시간을 아무 말 없이 수면 위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승용차 몇 대와 레저용 보트가 놓여 있었다.

보트는 물보다 육지에서 더 오래 머문 듯했다.

원래라면 파도를 가르며 달려야 할 배가 햇빛만 받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쓸쓸했다.

아내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주말에는 조금 다를까?”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도시는 하루의 풍경만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일의 적막이 주말의 활기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화려한 주말이 평일의 고요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었다.

도시는 건물을 먼저 세울 수는 있어도 사람의 시간을 함께 지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분양되지 않는다.

사람이 머물고, 웃고, 다시 찾아와야 비로소 한 도시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거북섬은 지금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식당을 나와 다시 천천히 걸었다.

시화호는 여전히 잔잔했고, 크레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 가장 적은 거리에서 가장 바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였다.

그 풍경은 개발이라는 단어보다 기다림이라는 단어에 더 가까웠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시화방조제를 건넜다.

차창 밖으로 거북섬이 조금씩 멀어졌다.

뉴스에서 보던 거북섬과 내가 걸었던 거북섬은 조금 달랐다.

뉴스는 숫자를 말했고, 나는 풍경을 만났다.

뉴스는 개발을 말했고, 나는 보리밥 한 그릇을 기억하게 되었다.

여행은 늘 유명한 풍경만 남기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조용한 식당 하나, 빈 상가에 붙은 임대 현수막 하나, 움직이는 크레인 하나가 오래 기억된다.

거북섬도 그런 곳이었다.

돌아와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건물보다 하늘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머문 곳을 찍는다고 한다.

아마도 그날 내 마음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아직 사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도시 한가운데 머물러 있었던 모양이다.

언젠가 다시 거북섬을 찾게 된다면 무엇이 먼저 달라져 있을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수도 있고, 빈 상가에 불이 켜질 수도 있다.

아니면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시화호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바람은 여전히 호수 위를 건널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보리밥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볼 것이다.

도시는 사람을 기다리지만, 사람은 결국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 풍경을 다시 찾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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