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노화가 가능해진 미래, 당신은 ‘나’를 포기할 수 있는가 — 단편소설 마중

1. 마지막 한 자리

소래산 입구에 전광판이 켜져 있었다.

리셋 치료 — 잔여 1명

사람들이 멈춰 섰다.
줄은 길지 않았다.
대신, 조용했다.

방철호는 그 숫자를 한참 바라봤다.

그의 나이, 예순아홉.
직업, 소설가.

그리고—
최근 한 달 동안, 문장을 끝내지 못한 사람.

2. 선택의 조건

“선생님, 지금 결정하셔야 합니다.”

편집자가 말했다.

태블릿 화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전신 역노화 (리셋 치료)
  • 생물학적 나이: 30대 복귀
  • 부작용: 기억 손실 가능성 (최대 27%)
  • 창작 정체성 유지: 보장 불가

철호는 마지막 줄을 오래 봤다.

“창작 정체성 유지 불가.”

그는 물었다.

“그럼… 내가 쓴 글은?”

편집자가 답했다.

“기록은 남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걸 쓴 ‘사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이미 받은 사람

“궁금하시죠.”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였다.
하지만 피부와 눈빛이 이상할 정도로 젊었다.

그는 손목을 보여줬다.

금속 링.

리셋 치료를 받은 사람의 표식이었다.

“2년 됐습니다.”

철호가 물었다.

“어떻습니까?”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몸은 완벽합니다.”

“그럼 문제는요?”

남자는 웃었다.

“제 소설을 읽으면요…”

그는 말을 멈췄다.

“…잘 썼다는 건 알겠습니다.”

“…”

“근데, 제가 쓴 것 같지가 않습니다.”

4. 중요한 질문

전광판이 깜빡였다.

잔여 1명

직원이 외쳤다.

“마지막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철호에게 모였다.

편집자가 낮게 말했다.

“지금 아니면 기회 없습니다.”

철호는 천천히 물었다.

“리셋하면…”

“…나는 계속 나입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5. 결말: 선택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멈췄다.

뒤에서 누군가 달려왔다.

젊은 남자였다.

“저… 승인 받았습니다… 제발…”

숨이 끊어질 듯했다.

직원이 말했다.

“한 자리입니다.”

잠깐의 침묵.

철호는 옆으로 비켰다.

“먼저 하세요.”

젊은 남자가 얼어붙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철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전광판이 꺼졌다.

6. 마지막 문장

산길은 그대로였다.

무릎은 여전히 아팠다.
손도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끝까지 이어졌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아직 여기 있군.”

그리고 걸었다.

천천히,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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