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래전부터 시를 사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단어들이 서로 부딪혀 울리는 리듬, 짧지만 깊은 여운, 설명 대신 감정으로 말하는 방식이 좋았다. 중학생 때 국어책을 받으면 제일 먼저 시 부분을 펼쳐 읽었다. 친구들이 가장 지루해하던 시 암송 시간은, 나에겐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 유명한 시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시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좋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한 줄의 문장이 되어 나올 때면, 세상이 조금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흘러 문학회에 가입하고 등단도 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었고, 욕심이 있었고, 갈등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던 시의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건,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완성한 시를 세상에 내놓아도, 반응은 없었다. 아무도 읽지 않았다. 낭송회를 열어도 관객은 대부분 시인들뿐이었다. 일반 독자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렇게 시는 점점 외면받는 언어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SNS를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스레드 같은 플랫폼에서 짧은 글을 올려보기 시작했다.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누군가 읽었다. 반응이 있었다. 어떤 이는 ‘좋아요’를 눌렀고, 어떤 이는 짧은 댓글을 남겼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제는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라, 찾아가는 시대라는 것을.
시를 쓰는 사람도, 글을 쓰는 작가도, 독자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플랫폼을 만들고, 독자와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글쓰기의 연장이 되었다.
누군가 나의 시를, 글을, 읽어준다는 것. 그것은 내게 다시 쓰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시가 아니어도 괜찮다. 단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읽어주는 이가 있다면, 그 시는 충분히 존재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를 쓴다. 누군가 읽어주리라는 소박한 바람을 품고.
글이란 결국,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건네는 방식이니까.
*관련글 보기
♤ 이 글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눠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35-3671093 (방철호)
이 글들을 엮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라는 전자책으로 만들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