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양압기로 되찾은 밤과 삶의 질

사람마다 자신만의 밤을 갖고 있다. 누군가에겐 밤은 고요한 휴식이자 재생의 시간이고, 또 누군가에겐 고통과 불면이 뒤엉킨 어두운 터널이다.

나에게 밤은 오랜 시간 ‘숨 쉴 틈’이었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마른 체형에 깊은 수면을 자랑하던 시절엔, 이불을 덮는 순간 세상과 차단되는 평온이 시작되곤 했다. 하루를 살아낸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그야말로 나만의 성역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매끄럽게만 흐르지 않는다. 마흔을 넘긴 어느 날부터, 삶의 리듬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울증이라는 그림자가 찾아왔고, 오랜 시간 약을 복용하다 보니 내 몸은 점점 불어났다. 예전의 나와는 조금씩 멀어졌다.

처음엔 단순히 몸이 무거워진 것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내 잠자리가 변했다. 아침에 일어나도 피곤은 가시지 않았고, 목이 뻣뻣하며 두통이 따라왔다. 가족들은 밤새 내 코골이 소리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웃어 넘겼다. 누구나 피곤하면 코를 곤다고. 하지만 그 소리를 직접 듣고는 웃을 수 없었다.

휴대폰에 녹음된 내 코골이 소리는, 사람이 내는 소리라기보다 기계의 고장 난 엔진음에 가까웠다. 고요해야 할 밤, 내 호흡은 마치 땅을 울리는 탱크처럼 폭력적이었다. 나는 놀라움을 넘어 수치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내 무의식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평온을 침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즈음부터 밤은 나에게 두려움이 되었다.

수면의 붕괴, 삶의 붕괴

나는 점점 더 피곤해졌고,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졸음을 이겨내지 못했다. 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식은땀을 흘린 적도 있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잠이었다. 어느 날은 백화점 화장실에서 앉은 채로 눈을 감고 깜빡 잠든 적도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코골이가 아니었다. 병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생명을 잠식하는 조용한 질환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이 질환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심지어는 야간 급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한 단어를 발견했다. ‘양압기(CPAP)’.

코골이를 멈추고, 무호흡 상태를 방지하여 수면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기계. 내게는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어딘가에서 구원의 기미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수술을 선택했다. 누군가의 추천에 따라, 병원을 찾아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호흡기를 넓히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날, 입원실에서 마주친 환자에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제가 좀 코를 골아요. 미리 죄송합니다.”
그날 밤, 내 코골이는 병실을 뒤흔들었고, 옆 환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쳤다. “대체 왜 이렇게 심해요? 못 자겠어요!”

그 순간의 수치는, 두고두고 내 마음 한편에 남았다. 그렇게 힘겹게 받은 두 번의 수술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기계가 가져다준 평온 – 양압기와의 동행

결국 나는 다시 이비인후과의 문을 두드렸다. 수면다원검사 결과는 분명했다. 나의 수면은 밤마다 끊기고 있었다. 무호흡은 수십 차례 반복되었고, 내 몸은 제대로 된 휴식을 단 한순간도 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수술보다 양압기 치료를 시작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양압기. 처음에는 내 삶에 어울리지 않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자는 모습은 어딘가 기계와 하나가 된 중환자의 이미지와 겹쳤다. 낭만도 없고, 불편할 것만 같은 물건. 하지만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비용 부담은 줄었고, 결국 나는 양압기 장치를 받아 들었다.

처음 한두 달은 낯설었다. 밤마다 코와 입을 감싸는 마스크, 숨소리를 따라 퍼지는 기계의 소음, 얼굴에 남는 고무줄 자국. 그것들은 내 잠자리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은 아침이 되면 희미해졌다.

나는 처음으로 ‘개운하다’는 감각을 느꼈다.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맑았고, 하루가 버겁지 않았다. 졸음도, 두통도 사라졌다. 가족은 내 코골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출근길 운전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았고, 무기력했던 몸은 서서히 활력을 되찾았다.

양압기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게 다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아주 작지만 위대한 ‘기회’였다. 내가 놓치고 살았던 숨결, 그 고요하고 단단한 호흡을 돌려주는 동반자였다.

숨 쉬는 밤, 살아나는 삶

이제 나는 여행을 갈 때도 양압기를 챙긴다. 낯선 잠자리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장치. 물론 여전히 단점은 있다. 마스크 자국이 남기도 하고, 짐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을 번거로움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밤을 지키는 ‘작은 갑옷’이다.

코골이는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몸의 비명이자, 건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다. 수면무호흡은 더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나는 너무 늦게야 그것을 받아들였다. 부끄러움과 두려움, 자존심이라는 이름의 껍질 속에 숨어서 내 건강을 방치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숨을 쉰다는 것, 그것은 단지 생명을 유지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제대로 살아내기 위한 기본값’이다. 수면의 질은 삶의 질이고, 밤의 고요함은 곧 낮의 활력이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고 당신의 밤이 나처럼 소란스럽고 불편하다면,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길 바란다.

당신의 숨소리가 조용히, 그리고 건강하게 밤을 채워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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