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여는 문: 돌아올 수 없는 가족을 떠올리는 순간들

요즘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문득 바람이 불거나, 낡은 현관문이 끼익 소리를 낼 때.
저녁 어스름이 창을 타고 집 안으로 스며들면,
잠시 그 문이 열리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내가 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이 떠오른다.
두 사람 모두 말없이 서 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을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입술 끝에서 겨우 떨어지는 말.

“나… 너무 힘들었어.”

살아 있을 때, 그렇게 말할 기회는 없었다.
타이밍을 놓쳤고, 용기가 없었고, 어쩌면 서로가 피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안에서 오래도록 살아 있었다.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건 안다.
이미 너무 늦었고, 너무 멀리 떠났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늘은 그냥 그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잠시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 앞에 다시 서 줬으면 좋겠다.

만약 정말 그들이 돌아온다면
나는 반갑게 껴안지도, 울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언가에 쫓기듯, 등을 돌려 도망칠지도 모른다.

그 장면은 회피가 아니다.
보고 싶지 않아서 피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내가 어떻게 버텼고
얼마나 긴 시간을 그리움으로 채웠는지를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내 방식의 몸짓이다.

내 뒷모습에는 말보다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아무 말 없이 등을 보인 채 자리를 떠나는 그 순간,
나는 그들에게 가장 많은 것을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원망이 아니라 사랑이고,
비난이 아니라 고백이다.
그들이 없는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견뎌왔는지
그 흔적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도망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자에게는 늘 살아야 할 이유가 남는다.
떠난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추지만
남겨진 사람은 계속 걸어야 한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수없이 무너졌고, 수없이 일어섰다.

그리고 오늘도, 그 문 앞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문은 열리지 않지만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상상이
지금의 나를 겨우 붙잡아준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 그 문을 바라본다.
그 안에 담긴 슬픔과 사랑과 그리움이
여전히 나를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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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떠난 지 아홉 해, 밤하늘 아래서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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