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하늘을 훔쳐간 구름이
어디선가 조리개를 열었다.
높새바람 따라
물줄기들이 사뿐히 쏟아진다.
삭정이 틈 사이,
겨울을 견딘 껍질이 슬며시 벌어지고
그 아래서 작은 신음이 움튼다.
풀빛 자벌레는
몸을 말고 있던 꿈을 펴며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다.
하늘은
그 긴 사연들을
이 봄비에 실어 보내는 걸까.
계산되지 않은 계절의 방문,
갑작스러운 빗속에서
나는 우산을 접는다.
그리고 묻는다.
왜 하필 지금
내 마음을 건드리는 건지.
아아—
오늘은,
정말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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