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조용히 앉는다.
억새 사이를 비집고 낚싯대를 툭 펴본다.
들판엔 새싹이 자라고,
멀리 펼쳐진 풍경은 꼭 유화 그림 같다.
하늘은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
호수는 그걸 그대로 받아 안는다.
구름은 양떼 같고,
오리떼도 유유히 떠다닌다.
혹시 저 구름 속에 물고기라도 숨어 있나?
혼자 피식 웃으며 상상해본다.
나는 찌 하나를 호수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 살짝 띄운다.
찌를 중심으로
하늘도 흐르고, 호수도 흐른다.
실잠자리 한 마리,
찌 위에 조심스레 내려앉는다.
모든 게 잠시 멈춘 듯 고요하다.
그러다
〈툭!〉
찌가 흔들린다.
줄이 팽팽해지고, 고요가 찢어진다.
펄떡!
은빛 물고기 하나가 물 위로 솟구친다.
낚시란,
그 한순간을 기다리는 일이다.
*관련글 보기
봄은 노랗게 투정부리며 온다
쳇, 쳇, 쳇—일꾼들의 손놀림은왜 이리 더딘지,햇살에 눈꺼풀이 간질간질하품처럼 스르르 열리다그만 먼저 나와버렸지. 조금 이른 걸까.바람은 자꾸 치마를 들추고,노란 가방에 노란 옷,병아리
sunbicheonsa.com
반응형
LIST
'감성수필 > 감성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자벌레의 꿈에 물들다 (0) | 2025.05.15 |
---|---|
“사랑은 새벽에 피는 꽃씨였다” (0) | 2025.05.05 |
봄은 노랗게 투정부리며 온다 (0) | 2025.04.20 |
방아쇠를 당긴 건 나였다 (4) | 2025.04.20 |
호미로 밭을 매던 어머니, 우리 마음속을 여전히 일구시네 (0) | 202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