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닫혀 있다고 믿었다.
문이든, 가능성이든, 세상이든.
애초에 문고리조차 안 잡아보고선,
“아, 저건 잠겼겠지.”
그렇게 혼자 판단하고 혼자 낙담했다.
그날도 그랬다.
습기 머금은 오후,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날.
창밖을 멍하니 보다가 문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창고 문.
닳아버린 자물쇠가 다소곳이 열려 있었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말이다.
“어라?”
그 순간, 어딘가에서 맹꽁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맹꽁 맹꽁?
아니다.
그들은 다소 민망하게,
‘맹맹’ 하며 운다.
그 울음소리, 왠지 낯이 익었다.
삐걱거리는 의자, 애매한 변명,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내 안에서 자주 울리던 그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맹맹했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할 수 없는 일에 겁을 먹고,
“괜찮아”라며 제풀에 주저앉던 순간들.
다 그놈의 맹맹한 울음 때문이었다.
맹꽁이는 원래 비 오는 날에만 운다.
말하자면, 습하고 눅눅한 곳에만 출몰하는 생물이다.
내 마음에도 늘 습기가 있었다.
자신감 없는 말투, 쭈뼛대는 눈빛,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변명들.
그러니까,
내 안에 맹꽁이들이 살고 있었던 거다.
어느 날, 그 맹꽁이들이 단체로 출몰했다.
책상 위, 거울 앞, 휴대폰 속 메신저창에서
“맹맹 맹맹” 대며 줄지어 앉았다.
심지어 내 이불 속까지 들어왔다.
하도 많아서, 드디어 웃음이 났다.
‘이쯤 되면 코미디지.’
나는 조심스레 문을 밀어 보았다.
“끼익.”
소리는 났지만, 문은 열렸다.
그 순간, 맹꽁이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맹, 맹, 맹, 맹, 맹—
울음 같기도, 박수 같기도,
어쩌면 그들은 지금, 축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드디어 열었구나!”
“우리가 그렇게 맹맹거렸잖아!”
세상은 여전히 맑았고
새들은 웃는 듯 지저귀었고
바람은 살며시 등을 밀어주었다.
닫힌 줄만 알았던 문.
사실은, 처음부터 열 수 있었다.
문제가 있었던 건,
자물쇠가 아니라
나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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