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아직 칠판에 쓰여 있어요」
나는 오래된 칠판이다.인천의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 맨 앞, 창가 쪽 벽에 기대어 있다.2001년 봄, 처음 설치되었을 때만 해도 내 몸은 새까맣고 반짝였다.하지만 지금은 분필가루에 물든 옅은 초록빛.모서리에는 누군가 자석으로 긁은 흠집이 남아 있다. 아침마다 문이 열리면,학생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교실로 들어온다.누군가는 휴대폰을 몰래 보며 자리로 가고,누군가는 “야, 오늘 수행이야?”라며 다급하게 속삭인다.나는 늘 그 자리에 서서, 그 하루를 조용히 담아낸다. 하지만 나는 단순한 칠판이 아니다.나는 기억의 벽이다.수학 공식을 적던 분필,국어 수업에서 읊던 시 한 구절,때로는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고백이 적히는 공간.지워진 것 같지만, 손끝의 흔적은 내 안에 고스란히 남는다. 몇 해 전 겨울, 이런 일..
2025.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