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무의도 산책과 물회 한 그릇, 여름이 시작되었다
아직 5월 중순인데, 햇살은 벌써 여름을 닮았다.바람 끝에도 봄의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따가운 기운이 먼저 느껴진다.그럴 때였다. “이번 주 토요일, 영종도로 물회 먹으러 가자.”오랜 친구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장소는 바다 가까운 물회집, 이름도 근사했다. 선녀풍.마치 선녀들이 바닷물로 회를 말아주는 듯한 이름.웨이팅이 길다던 말도 설레게 들렸다. 도착한 물회는 바다 그 자체였다.넓은 유리 그릇에 담긴 육수는 짙푸르고 시원했다.생선회는 오이, 배, 미역 사이를 유영하듯 흩어져 있었고,그 위로 고소한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한입.혀끝이 먼저 놀라고, 속이 서늘해지고, 머릿속까지 맑아졌다.그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입 안에서 여름이 깨어났다.어릴 적 바닷가가 떠올랐다.발에 모래를 묻히고 조..
2025.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