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기억 #한우이야기 #워낭소리 #컴퓨터앞에서 #이순의성찰 #디지털과아날로그 #산골소년 #중년의글 #책과함께 #삶의변화1 소년과 한우, 그리고 컴퓨터 앞의 나 어릴 적, 해 질 무렵이면나는 고무신을 질질 끌며 마당을 걷곤 했다. 어느 쪽 발목이 더 늘어났는지 모를 고무신은늘 한 짝이 먼저 툭 튀어나갔다. 사랑방 기둥의 그림자가안마당 절반을 넘기면,나는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암소의 고삐를 쥐었다. “가자. 오늘은 네가 먼저 앞장서.” 소는 워낭 소리를 한 번 울리고는천천히 발을 옮겼다.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사이였다. 나는 풀을 뜯는 소를 지켜보다가바위에 등을 기대어 책장을 넘겼다. 나뭇잎이 바람에 갈리는 소리,소의 입에서 풀잎이 찢기는 소리,그리고 가끔씩 나는 쇠파리 소리. 어느 하나도 귀찮지 않았다.그 모든 소리가, 내 하루의 배경음이었다. 어느 날은 소가 갑자기 산 아래로 내달렸다. 책을 던지고 뒤쫓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지만,소는 천천히 돌아와내 손바.. 2025. 8.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