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가는 미꾸라지
나는 미꾸라지다.진흙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잡히지 않기 위해 미끄러워졌고,작고 연약해서 늘 숨었다.그런 나에게도, ‘가는 길’이 있다.그 길 끝엔 뚝배기가 끓고 있다. 처음엔 도망치려 했다.물을 흐리며 빠져나가고,그물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게 전부였다.하지만 세상은 어느새모든 출구를 막고,“넌 결국 추어탕이 될 거야”라며 웃었다. 그래서 나는 다르게 결심했다.도망치는 대신, 끓는 냄비로 스스로 들어가기로.흔들어 놓기로 했다.맑아 보이던 물 아래 깔린검고 눅진한 진실을 끄집어내기로 했다. 끓는 물 속에서내 살점은 부서지고,뼈는 가루가 되겠지만,그 국물은 진해질 것이다.그 맛은 누군가의 속을 데우고,한 줌 용기를 삼키게 할 것이다. 나는 소모되는 존재가 아니라,우러나는 존재가 되기로 했다.억눌림을..
2025.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