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한 켤레의 기억
어릴 적, 내 발엔 늘 검정 고무신이 끼워져 있었다.비 오면 물이 고이고,더운 날엔 땀이 배어 미끄러지던 신발.뒤축은 너덜너덜해져 있었고,걷다 보면 자꾸만 벗겨져저만치 달아나곤 했다. 그런 나에게아버지는 어느 날, 새 고무신을 사주셨다.말은 없었고, 표정도 무덤덤했지만그날 밤 나는검정 고무신을 꼭 껴안은 채 잠이 들었다.그건 나에겐 작은 기적이었다. 하지만 기적은 오래가지 않았다.학교에 신고 간 첫날,신발장 앞에 벗어둔 고무신은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라져 있었다.나는 복도 끝까지 울면서 돌아다녔고,선생님도, 친구들도 말이 없었다.다음 날, 아버지는 또 다른 새 고무신을 내밀었다.말없이, 조용히. 지금 생각해보면,그 고무신을 가져간 아이는 누구였을까.그 아이도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녔던 걸까.혹은,아무..
202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