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의 알을 깨며 사는가
점심으로 찐 달걀을 먹다껍질을 까던 손이 잠시 멈췄다.그걸 낳은 닭이 문득 떠올랐다. 기계처럼, 하루도 쉬지 않고알을 낳는 삶.닭은 그것을 스스로의 운명이라 믿었을까,아니면, 인간이 그렇게 믿게 만든 걸까. 껍질을 벗기자새하얀 흰자 속에 노란 노른자가해처럼 나를 바라본다.병아리였을 수도 있고,그저 내 점심이었을 수도 있다. 닭은 정말 이 알을 나에게 주었을까.아니면, 나는 빼앗은 걸까.나는 여전히, 조용히 씹으며 생각 중이다. 우리는 알을 삶고,지단을 부치고,때로는 화가 나면 그것을 던지기도 한다.영양이 어쩌고, 피부가 어쩌고 말하면서정작, “고맙다”는 말은잊은 지 오래다. 한 번은고등학생 시절,친구와 싸우다 달걀을 던진 적이 있다.그때 깨진 건 달걀이 아니라,서툰 내 마음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우주도..
2025.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