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아래, 엄마에게 목걸이를 건넨 소녀의 순간

감나무 그늘 아래
꽃은 위에서 지지 않는다.
늘 아래에서 기다리다,
자신을 떨구는 쪽은 나였다.

감꽃 하나
조심스레 주워
작은 바늘에 꿰던 손,
그때 나는
무언가를 꿰맨 줄 몰랐다.

한 송이, 두 송이—
실보다 얇은 마음을
차곡차곡 엮어 만든
목걸이 하나.

그날 엄마는
햇빛을 등지고 있었고
나는 그 등을 향해
가장 밝은 것을 건넸다.

감꽃은 매해 떨어지지만
그 목걸이는
내가 만든 어떤 문장보다
조용히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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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아래, 엄마에게 목걸이를 건넨 소녀의 순간”에 대한 2개의 생각

  1. 한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기억하는 것은 특별한 매개가 있게 마련이지요. 시 속 화자도 가꽃을 실에 엮어 햇살을 받고 있는 엄마 등 쪽으로 가서 엄마 목에 걸어 주었던 추억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있네요. 시 속 화자에게는 그것이 엄마에게 드린 처음이며 가장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이었을 듯싶네요.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값지기도 하겠구요. 생애에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응답
    • “맞아요, 소중한 한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는 의외로 작고 소박한 것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고사리손으로 엮은 감꽃 목걸이가 화자에게는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는 ‘첫 선물’이었겠지요. 엄마의 등 뒤에서 느껴지던 따스한 햇살과 감꽃의 향기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시가 더 풍성해진 기분이에요.”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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