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내려놓은 뒤|권력과 책임, 지워지지 않는 이름에 관한 시

 

왕관을 내려놓자
머리칼이 제 무게를 기억했다.

수평선 끝에서
제국의 깃발이 모래에 젖었다.

나는 검은 모래에서
낡은 단추 하나를 주웠다.

누구의 것이었는지
끝내 묻지 못했다.

왕관은 버릴 수 있었다.
제국도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손을 펴자
마른 피가 묻은 단추 하나.

강물이 내 이름을 지우는 동안
그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밤이 왔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세계에서
손안의 작은 단추만이

끝까지
나를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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