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법|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다시 일상을 찾는 방법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법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은 있었는데, 그것을 시작할 힘이 없었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끄고 다시 누웠다. 눈은 떴지만 몸을 일으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겨우 하루를 시작해도 머릿속에는 계속 해야 할 일이 떠다녔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쉬었는데 피곤했다.

주말에 약속도 잡지 않고 오래 잤는데 월요일 아침이면 배터리가 충전되기는커녕 더 방전된 기분이었다.

예전에는 어렵지 않게 하던 일도 자꾸 미뤘다. 메시지 하나에 답장하는 것도 귀찮았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부담스러웠다.

처음에는 내가 게을러진 줄 알았다.

‘왜 이렇게 의지가 없어졌지?’

‘정신 차리고 다시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나를 더 몰아붙였다.

할 일 목록을 길게 적고, 계획을 다시 세우고, 커피를 마시며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는 좋아하던 것조차 귀찮아졌다.

그제야 인정했다.

나는 게으른 게 아니라, 많이 지쳐 있었다.

그리고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법은 다시 열심히 사는 방법이 아니라 더 이상 나를 소진시키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됐다.

번아웃이 왔을 때 가장 먼저 한 일, 그냥 쉬었다

처음에는 쉬는 것도 불안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계산했다.

‘지금 한 시간째 아무것도 안 했네.’

유튜브를 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해야 할 일이 떠올랐고, 산책을 하면서도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몸만 쉬고 있었지 마음은 계속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쉬는 순간까지 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날부터 조금씩 연습했다.

피곤하면 잤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한 날에도 ‘오늘을 망쳤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번아웃에서 회복하면서 알게 됐다.

휴식은 열심히 산 사람이 받는 보상이 아니었다.

다시 살아갈 힘을 만들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이었다.

 

거창한 계획 대신 ‘딱 하나’만 하기 시작했다

조금 쉬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빨리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책 읽기.
밀린 일 처리하기.
방 정리하기.

계획표만 보면 내일부터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또 지쳤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자책했고, 자책하면 더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결국 계획표를 버렸다.

대신 하루에 하나만 하기로 했다.

오늘은 10분만 걷기.

내일은 밀린 메시지 하나 답장하기.

방을 전부 청소하는 대신 책상 위에 있는 컵 하나 치우기.

책 한 권을 읽겠다는 목표 대신 두 페이지만 읽기.

너무 작은 목표라 처음에는 우습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효과가 있었다.

작은 일을 하나 끝내면 아주 조금이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 하나는 했네.’

그 감각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번아웃에 빠졌을 때 잃어버렸던 것은 의지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번아웃에서 벗어나려면 ‘쓸모없는 시간’도 필요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무엇을 하든 이유를 붙이고 살았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독서는 자기계발을 위해서.

공부는 미래를 위해서.

휴식조차 내일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시간이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였다.

그런데 정작 지금의 나는 계속 지쳐갔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폰을 끼고 목적 없이 동네를 걸었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몇 번씩 반복해서 들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다가 혼자 웃었다.

어떤 날에는 해가 지는 것을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생산성으로 따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시간들이 나를 조금씩 살려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람에게는 성장하는 시간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 있어야 했다.

아무 목적도, 성과도, 의미도 없는 즐거움.

어쩌면 우리는 그런 시간을 너무 오래 사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번아웃이 심했을 때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누군가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웃고 이야기하고 반응하는 것조차 에너지가 필요했다.

예전 같으면 피곤해도 약속에 나갔을 것이다.

‘이미 약속했으니까.’

‘거절하면 미안하니까.’

하지만 조금씩 내 상태를 먼저 보기 시작했다.

너무 지친 날에는 약속을 미뤘다.

답장을 바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은 날에는 혼자 있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관계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여유를 되찾자 사람을 만나는 것도 다시 즐거워졌다.

그때 알았다.

나를 지키기 위한 거리는 누군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공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예전의 내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해도 끄떡없던 나.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나.

계획을 세우면 어떻게든 해내던 나.

그래서 회복한다는 것은 다시 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질문이 바뀌었다.

꼭 예전의 나로 돌아가야 할까?

어쩌면 그 생활 방식으로 너무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지친 것은 아닐까.

그 이후부터 회복의 기준도 달라졌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보내고도 내일을 살아갈 힘이 남아 있는지를 보기 시작했다.

일이 많으면 하나를 미뤘다.

약속이 많으면 하나를 줄였다.

피곤하면 일찍 잤다.

하기 싫은 일에는 가끔 ‘이번에는 어렵겠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느려졌다.

하지만 오래 갈 수 있게 됐다.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법은 생각보다 사소했다

나는 번아웃을 벗어나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갑자기 의욕이 넘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세상이 다시 반짝여 보이는 그런 순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대신 평범한 날들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푹 잔 아침.

배가 고파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던 점심.

친구와 별것 아닌 이야기로 한참 웃었던 저녁.

날씨가 좋아 평소보다 조금 오래 걸었던 어느 오후.

그런 날들이 하나씩 쌓였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알게 됐다.

예전보다 덜 피곤하다는 것을.

아침이 전처럼 두렵지 않다는 것을.

무언가를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조금 생겼다는 것을.

회복은 그렇게 찾아왔다.

아주 조용하게.

 

지금 번아웃으로 힘들다면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쳤을 때조차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번 주까지만 쉬고 다시 시작해야지.’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데 나는 왜 이러지.’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하지만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 쉬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씻고 밥을 먹었다면 그것도 하나의 일이다.

집 앞을 10분 걸었다면 그것 역시 작은 시작이다.

그리고 무기력과 피로가 오래 지속되어 일상생활을 버티기 어렵다면 혼자 참고 견디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필요할 때는 주변 사람에게 현재 상태를 이야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회복은 경쟁이 아니다.

누구보다 빨리 일어날 필요도 없다.

내 속도로 다시 살아갈 힘을 찾으면 된다.

 

다시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덜 지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잘 사는 사람이란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고,

싫을 때 싫다고 말할 줄 알고,

피곤하면 쉴 줄 알고,

좋아하는 것을 아무 이유 없이 즐길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오히려 오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번아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다시 예전처럼 열심히 달릴 수 있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나를 소진시키지 않고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 것.

그리고 하루가 끝났을 때,

내일을 살아갈 마음을 조금은 남겨두는 것.

나는 이제 그것을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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