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전자기기 모두 제출하십시오.”
김도현 감독관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학생들은 익숙하게 휴대전화를 바구니에 넣었다. 스마트워치, AI 안경, 번역 이어폰, 스마트 반지, 심박 측정 팔찌. 플라스틱 바구니는 해마다 조금씩 무거워졌다.
김 감독관은 그 바구니를 볼 때마다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공정함이 저 안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시험지가 뒤집혔다.
“시작하십시오.”
교실에는 연필 긁는 소리만 남았다.
딱 한 명만 빼고.
창가 맨 앞자리.
37번 수험생.
그 학생은 문제지를 넘기는 속도가 이상했다. 읽는 것이 아니라 훑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확히 3분 뒤, 답안지를 엎어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김 감독관은 시계를 봤다.
국어였다.
지문 하나도 제대로 못 읽을 시간이었다.
그는 천천히 학생 곁으로 갔다.
학생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귀에도 없고,
안경도 평범했고,
손목도 비어 있었다.
오히려 너무 깨끗했다.
∞
쉬는 시간.
“잠깐 나오세요.”
학생이 복도로 나왔다.
“이름.”
“이준.”
“전자기기 있습니까?”
“없습니다.”
“렌즈?”
“안 낍니다.”
“보청기?”
“안 씁니다.”
“입 벌려 보세요.”
학생은 말없이 입을 벌렸다.
김 감독관은 치아를 살폈다.
학생이 물었다.
“충치도 검사합니까?”
“조용히.”
“혀도 보여드릴까요?”
김 감독관은 잠시 멈칫했다.
“…보여주세요.”
학생은 혀를 길게 내밀었다.
둘 다 민망했다.
∞
점심시간.
교육청 상황실.
“특이사항 보고하십시오.”
김 감독관이 말했다.
“의심 학생이 있습니다.”
“전자기기 적발?”
“없습니다.”
“AI 안경?”
“없습니다.”
“렌즈?”
“없습니다.”
“그럼 왜 의심합니까?”
김 감독관은 잠시 생각했다.
“너무 잘 풉니다.”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공부를 잘한 것 아닙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김 감독관은 대답하지 못했다.
끊어진 전화기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문득 이상했다.
‘너무 잘해서 의심한다.’
언제부터 그게 이유가 되었지.
∞
수학 시험.
학생은 이번에는 2분도 걸리지 않았다.
김 감독관은 학생 뒤를 맴돌았다.
한 바퀴.
두 바퀴.
다섯 바퀴.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왜.”
“멀미 납니다.”
“계속 푸세요.”
“다 풀었습니다.”
“…”
“계속 앉아 있겠습니다.”
김 감독관은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학생이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추적하는 기분이었다.
∞
영어 듣기평가.
전국의 비행기가 잠시 기다렸다.
차량도 서행했다.
학생들은 숨소리조차 죽였다.
김 감독관은 문득 학생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혹시.
아주 작은 이어폰이 있을지도 몰랐다.
학생이 속삭였다.
“선생님.”
“…”
“듣기평가입니다.”
그날 경위서에는 이렇게 적혔다.
‘감독관이 감독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듣기평가를 방해함.’
∞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학생들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김 감독관은 37번 학생을 붙잡았다.
“이제 말해보세요.”
“뭘요?”
“어떻게 한 겁니까.”
학생은 한참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선생님.”
“응.”
“계산기 처음 나왔을 때도 못 쓰게 했죠?”
“…”
“컴퓨터도.”
“…”
“스마트폰도.”
“…”
“AI 안경도.”
“…”
“왜 그랬을까요?”
김 감독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학생이 자기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톡.
“이제는 여기 있습니다.”
김 감독관은 피식 웃었다.
“농담하지 말아요.”
학생도 웃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은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뒷면 특이사항.
‘신경 보조 AI 이식.’
김 감독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사흘 뒤.
교육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뇌내 AI 사용 전면 금지.’
기자가 물었다.
“확인은 어떻게 합니까?”
장관이 말했다.
“공정한 방법을 마련하겠습니다.”
“어떤 방법입니까?”
“…”
장관은 물을 마셨다.
“연구하겠습니다.”
다음 질문.
“이미 태어날 때 이식된 학생은요?”
장관은 대답하지 못했다.
브리핑은 예정 시간보다 17분 빨리 끝났다.
∞
한 달 뒤.
학원가에 현수막이 걸렸다.
‘정부 기준 통과 인간 모드.’
‘사고 속도 조절.’
‘AI 흔적 제거.’
‘의심받지 않는 상위권.’
학부모 설명회는 조기 마감이었다.
가격표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붙어 있었다.
‘교육비 공제 가능.’
∞
겨울.
성적이 발표되었다.
신문은 AI 이식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했고,
방송은 공정성을 토론했고,
정치인은 특별법을 약속했고,
사교육 업체는 신상품을 출시했다.
세상은 바빴다.
김 감독관만 가끔 그 학생을 떠올렸다.
“우리 집은 인간으로 시험 보면 되는 거지?”
학생이 했던 말이 아니었다.
시험장을 나가며 어느 초등학생이 엄마에게 묻던 말이었다.
엄마는 한참 걷다가 겨우 대답했다.
“열심히 하면 돼.”
아이는 다시 물었다.
“열심히 하면 AI도 이길 수 있어?”
엄마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
다음 해 수능.
김 감독관은 또 같은 교실에 섰다.
“전자기기 모두 제출하십시오.”
학생들이 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시계.
안경.
이어폰.
모든 것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는 문득 바구니를 바라보았다.
스무 해 동안 그는 저 바구니가 공정함을 담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공정함은 늘 바구니 밖에 있었다.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마지막 안내를 덧붙였다.
“그럼…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부터 감독관 안내문에서
‘공정한 시험이 되겠습니다.’
라는 문장이 사라졌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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