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 참사, 어머니가 남긴 장학금과 아이의 이름

어머니는 T를 묻으시고

 

인현동의 불이 꺼진 뒤
여섯 달이 지났다.

봄이 왔고
학교에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새 교실을 찾아가고
복도에는 다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그날
어머니가 교문을 들어섰다.

여섯 달 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의
어머니였다.

한 손에는
떡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아이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가져온 떡이었다.

그리고
봉투 하나를 내놓았다.

아이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남겼다.

어머니는
그 까닭을 오래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있었다면
그 봄에도 학교에 왔을 것이다.

새 교실에 앉고
친구들과 웃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아이 대신 어머니가 왔다.

누군가의 새 학기를 위해
아이의 이름을 두고 갔다.

어머니는 교정을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몇 걸음 가다가 멈추고
다시 학교를 보았다.

또 몇 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보았다.

교문 하나를 나서는 데
오래 걸렸다.

누구도
그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떡은 학교에 남았다.

장학금도 남았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은
다른 아이의 봄으로 건너갔다.

어머니가 교정 밖으로 나가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학교는 오래
그 이름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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