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앗간 앞
참새 셋이 앉았다
첫째는
쌀눈을 바라보고
둘째는
깨 냄새를 맡는다
셋째는
고개를 돌리지만
발끝은
벌써 안에 있다
기계는 멈춰 있다
그러나 항상
곧 돌아갈 것처럼
긴장을 준다
주인은 졸듯 말듯
깨는 익듯 말듯
기회는
늘 그렇게
모호하게 온다
드르륵,
기계가 돈다
깨가 흐른다
참새들의 눈이
반짝인다
“형, 저건 함정 깨야”
“들어가면
못 나온다잖아”
함정 깨는
달콤하고
가볍고
쉬워 보인다
그러나
쪼는 순간
탈출구는 사라진다
쪼았다
날았다
놀랐다
숨었다
그러다 또 왔다
오늘은 안 한다고
어제도 말했다
그제도 말했다
다음 날도 말했다
하지만 깨는
늘 거기 있다
이러다 우리
방앗간 직원 된다
방앗간은
잡아먹지 않는다
다만
앉게 만든다
참새 셋은
오늘도
앉아 있다
날개를 접은 채
*관련글 보기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빈 화면과 삶의 시간을 생각하다
선비천사의 브런치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이 글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눠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35-3671093 (방철호)
이 글들을 엮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라는 전자책으로 만들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
오늘은 안 한다고
어제도 말했다
그제도 말했다
다음 날도 말했다
우리 속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랴’ 가 한 편의 시가 되었군요. 시인의 번뜩이는 재치가 엿보이는 순간이군요.
시는 세 마리 참새가 쌀이 있고, 구수한 깨 냄새가 있는 방앗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이군요.
멈춰 있는 기계가 돌 수 있고, 깬 듯 조는 듯한
주인도 있으며, 자신들을 포획하려는 인간 함정이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먹는 유혹은 모든 장애를 넘어서고 있는 모습이군요.
말뿐인, 위험하니 안한다는 말은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하였고 내일도 하겠지만 방앗간에 구수한 깨가 있는 한 참새들은 늘 방앗간에 왔고 또 올 것이다는 거구요.
시를 읽으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명을 담보할 욕망이나 유혹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흔한 것은,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야 탓할 일 무엇일까마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보다도 못한 법이니, 과식은 곧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 매일 체중계에 오르면서 체중이 위험 수위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수 년째 말로는 매일 다이어트를 한다했지만 곧 주일이면 맛난 음식집 찾아 떼로 몰려다니는
그 녀.
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살은 소고기 살도, 삼겹살도 아닌, 남의 살이라 낄낄거리며 기꺼이 생명을 담보하고 마누라 눈치 피해 타인의 방을 찾아 간다는 무용담의 주인공 녀석들.
우연인듯, 필연인듯 달콤한 미끼 맛에 빠져 곳간 비어가는 줄 모르고 하는 주식, 노름질도 그렇겠네요.
한 번 배우면 끊기 어렵다는 담배, 마약도 그렇겠구요.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진리인 듯하고.
나는 돈버는 재주가 없어 주식도 노름도 모르고, 집을 사고 파는 일도 거의 없었으니 그렇고, 가물가물 있을 뻔한, 몰래 먹음직한 남의 살도 없으니 할 말이 없고, 담배 마저 일찍 끊고 술도 과하지 않다 생각하니 참 무미건조임. 아침마다 식후 습관처럼 커피 줄곧 타고, 걱정인 듯 너투부에 길게 빠져서 한숨과 안도, 조롱과 비난 등 감정을 소모하고 있으니 그도 낫지 않을 병은 병인 듯.
울림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해학이 넘치는 재미있는 글을 올려주셨네요. 댓글을 읽다가 몇 번이나 웃었습니다.
참새 세 마리를 따라가다 과식이며 주식, 노름, 담배, 술에 남의 살(?)까지 등장하니 방앗간 하나가 어느새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참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안 한다고 말하고, 내일부터 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고소한 깨 냄새가 풍기면 어느새 방앗간 앞을 서성이지요.
그래도 커피 한 잔과 유튜브 정도의 방앗간이라면 조금은 너그럽게 봐줘도 되지 않을까요. 아무 방앗간에도 들르지 않고 사는 인생은 또 너무 심심할 테니까요.
제 시보다 더 긴 이야기로 재미와 생각거리를 함께 얹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