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끝, 베란다에 놓인 제라늄이 다시 꽃을 올렸다.
거의 말라 있던 줄기에서 올라온 붉은 색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 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생명의 증거라기보다, 끝까지 써낸 힘의 흔적처럼 보였다.
사랑을 떠올릴 때도 비슷한 감각이 남는다.
사랑은 우리를 살게 하지만, 동시에 무엇인가를 잃게 만든다.
오래된 저녁이 있다.
낡은 식탁, 식어가는 찌개, 그리고 마주 앉아 있던 두 사람.
우리는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같은 곳에 있지는 않았다.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만이 조용히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랑은 거리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거리를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사랑을 이해라고 믿는다.
그러나 끝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남는다.
그 남겨진 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덮어두는 법을 배운다.
어떤 날, 사랑은 위로가 된다.
어떤 날, 사랑은 더 깊은 고독이 된다.
이 모순이 사랑을 오래 남게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필요는 기대가 되고, 기대는 조용히 무게가 된다.
그 무게는 보이지 않지만 관계를 조금씩 기울게 만든다.
나는 한때 사랑이 서로를 채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말한다.
사랑은 채우는 일이 아니라, 비어 있는 부분을 함께 바라보는 일이다.
그 빈자리는 완전히 메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
떠나면 덜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남는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과 감정이 우리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때때로 형벌처럼 느껴진다.
벗어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벗어나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제라늄의 꽃이 떨어졌다.
붉은 조각들이 바닥에 조용히 흩어졌다.
그러나 그 자리는 비어 있지 않았다.
작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랑도 그렇다.
어떤 관계는 끝나고, 어떤 감정은 사라진다.
그러나 지나간 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흔적을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그것이 아픔이 되고, 때로는 이유 없이 단단함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안고 머무는 일이라고.
사랑은 축복일 수도 있고, 고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사랑은 우리를 바꾸고, 그 흔적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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