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음의 길: 불안한 미래를 통과하는 법과 인생의 방향 찾기

-불안한 미래를 통과하며 내가 배운 것

서른한 살, 겨울이었다. 보일러를 켜 둔 원룸 바닥이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지던 밤. 형광등 불빛은 충분히 밝았지만, 내 앞날은 그렇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구조조정 이야기가 돌았고, 통장 잔고는 숫자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특별히 실패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붙들었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생각했다. 지금 나는 길이 없는 곳에 서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한 미래는 거창한 얼굴로 오지 않는다. 퇴근 후 조용한 방, 답이 나오지 않는 계산기 화면, 괜히 자주 확인하게 되는 휴대전화 알림처럼 사소한 장면으로 스며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모든 일이 잘못될 것 같은 감각. 길이 막힌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할지 보이지 않는 상태. 그것이 내가 느낀 ‘길 없음의 길’이었다.

이불을 덮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수없이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이직, 퇴사, 공부, 버티기. 그러나 계산은 방향을 주지 못했다. 대신 또렷해진 것이 있었다. 냉장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창밖을 스치고 지나가는 늦은 버스의 진동, 그리고 내 숨이 들고 나는 리듬.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멈춘 것처럼 느끼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방황과 시행착오는 언제나 낭비처럼 보였다. 첫 직장을 그만두던 날도,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로 마음먹던 날도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은 지름길이 아닐 뿐, 틀린 길은 아니라는 것을. 길 없음의 길은 방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방향이었다.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다루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완벽한 준비가 끝난 뒤 움직이겠다고 다짐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이력서를 펼쳤고, 망설임 속에서 지원 버튼을 눌렀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또렷하게 남았다. 길이 보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발걸음은 생겼다. 그때 알았다. 길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인 뒤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몇 번의 면접은 실패로 끝났고, 상황은 단번에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움직이는 동안에는 절망이 완전히 자라지 못했다. 멈춰 있을 때 상상은 과장되었고, 움직일 때 현실은 구체가 되었다. 불안한 미래를 통과하는 힘은 확신이 아니라 지속이라는 것을, 나는 그 시간을 지나며 배웠다.

지금도 가끔 방향이 흐려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겨울의 방을 떠올린다. 차갑던 바닥, 형광등 불빛, 창밖의 버스 소리.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그 밤이 사실은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길이 보이지 않던 순간이 가장 진짜 시작이었다.

길 없음의 길은 막다른 골목이 아니다. 그것은 불안한 미래를 통과하며 스스로 방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걷는 동안 뒤에서 조용히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배우고, 견디며 조금씩 이동한다. 그리고 어느 날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아, 여기가 내 길이었구나.

나는 오늘도 확신 없이 걷는다. 다만 멈추지 않기로 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그 겨울 이후로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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