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싸락눈이 쌓였어
백설기처럼 말이야
발자국 하나 없이
말간 세상이 내려앉았지
얼마 만일까
이렇게 순백을 만나는 건
손도, 말도
괜히 조심스러워져
나는 그 위에
피처럼 붉은 하트를 그렸어
차가운 눈 위에
뜨거운 마음을 눌러 새겼지
중년의 사랑도
그렇게 쉽게 얼지 않아
하얀 세상 위에
조용히, 선명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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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정갈한 이미지의 시를 읽습니다. 눈이 만들어 내는 순백의 세상, 그 하양 세계에 새겨 넣는 검붉은 사랑의 하트. 이 시를 읽으면서 오래 전에 읽었는데, 시인도 시 제목도 떠오르지 않지만, 눈 오는 날 눈이 만들어 가는, 하양의 세상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화장으로 자신을 꾸미는 여자의 변신이 무죄이듯, 칙칙하고 검붉은 세상을 덮어 온 세상을 순백으로 만들어 가는 눈의 변신은 무죄라는 투의 시적 발화가 계속 생각 나더군요. 서양의 로미오, 줄리엣이나 우리나라의 성춘향 이몽룡이 사랑했던 나이 낭랑 십대 중 후반 쯤, 강렬한 첫사랑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목숨보다도 더 뜨겁던 그들의 사랑의 행보를 이해했는데요. 그런데, 사랑 따위 잊었노라 시치미 떼고 있는 초로의 이 마음을 한 겹만 들추어 보면, 목석같았던 마음 속 어디에서 솟아나는 지 여전히 사랑 고파 설레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여 다시 사랑이나 찾아 볼까 거리를 도리번 거립니다. 일흔이나 여든이 되면 그 맘 사라질까요? 제발 나아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 철든 후에도 사랑은 철들지 말고, 철없이 죽는 날까지 설레고 격정이는 마음 그대로 이기를 바라봅니다.
세상의 칙칙함을 덮어주는 눈의 변신처럼, 우리네 삶도 사랑이라는 화장으로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죽는 날까지 설레고 싶다’는 울림 님의 말씀에 제 마음도 덩달아 뜨거워지네요. 사랑에 철이 든다는 건 어쩌면 생의 온기를 잃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끝까지 철들지 말고, 이 뜨거운 하트를 간직하며 살아가기로 해요. 귀한 걸음과 마음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